유럽연합(EU)이 연일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에 찬물을 끼얹는 국제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해 격노했다.

그리스 민간 채무 협상에 대해 국제신평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가 디폴트로 처리하겠다고 경고한데이어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무려 4단계나 강등해 정크(투자부적격)등급으로 떨어뜨리자 EU 수뇌부들이 공개적으로 신평사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포르투갈, 그리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금융시장도 이번 여파로 흔들리면서 EU의 국제 신평사에 대한 규제와 반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U 수뇌부 격노=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6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디스의 포르투갈 강등에 대해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악했다”면서 “이같은 평가가 어떤 근거에서 이뤄졌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독과점을 분쇄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루앵 신임 재무장관도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국제 신평사가 나서지말라고 비판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브뤼셀의 유럽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무디스가 포르투갈을 강등한 시점과 강등 폭(4단계) 모두가 유감스럽다”면서 “유럽 출신 신평사들이 (이번사태에)하나도 없다는 점이 이상하다”면서 “이는 곧 유럽의 특정 사안을 평가할때 편견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빅3 신평사들을 비난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S&P가 그리스의 디폴드 처리 가능성을 발표하자 “신평사들은 국제사회의 구제 노력을 뒷자리에서 지켜보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EU의 규제 담당관인 마첼 바니어는 6일 구제금융을 받는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스에 대해서는 국제 신평사들이 매긴 신용등급 적용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빅3 국제 신평사들의 연이은 강등으로 사태가 더 꼬이자 분노한 EU가 국제 신평사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유럽을 위한 국제 신평사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타이밍?=파이낸셜타임스는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이번 사태에 대해 EU는 미국 신평사들이 우연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로 타이밍을 맞춰 강등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S&P는 지난달에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6월 23일의 EU 정상회의를 한 주 앞두고 세계 최하위로 강등시켰고 무디스는 지난 3월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문제로 특별 회동하기 4일전에 정크등급으로 떨궜다.

피치 역시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지난3월에 EU 정상회의 개막일에 강등했고, 무디스도 지난해 12월 EU정상회의 날에 아일랜드를 강등시켰다.

▶흔들리는 유로존=CDS 자료 조사기관인 마킷에 따르면 6일 무디스가 정크 등급으로 강등하면서 포르투갈의 디폴트 위험을 가늠할 수있는 5년물 신용부도 스와프(CDS) 스프레드는 1.67%가 올라 사상 최고치인 9.35%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하루에 2.05%나 껑충 뛰어 13.07%로 올들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독일 국채인 분트와의 금리격차도 10%포인트나 벌어졌다. 이날 10억유로의 국채를 공매키로했던 포르투갈 정부는 목표를 못채우고 8억4800만유로어치를 파는데 그쳤다.

또 스페인도 부실저축은행을 구제하기위한 공적기금인 ‘프로브’의 채권 판매가 이날 목표치의 절반인 17억5000만 유로어치에 그쳐 암운을 던졌다. 프랑스의 고속도로 운영 업체인 오토루트 두 수드 드라 프랑스도 유로존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날 5억유로어치의 채권 발행계획을 취소했다. 또 이날 이탈리아와 그리스 금융권의 주가도 폭락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