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시위 정국운영 부담
54년 장기집권체제 시험대
1명 사망, 1667명 체포
말레이시아 정부의 장기집권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난 주말 선거법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정이 안정적인 말레이시아에서 이처럼 격렬한 시위는 매우 드문 사례. 여당이 54년 동안 권력을 독점해 온 가운데 이번 시위를 계기로 중동에서 발발한 ‘재스민혁명’이 동일한 이슬람권인 동남아시아로 확산될지 주목받고 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야당과 시민단체 연합체인 ‘베르시2.0’은 9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곳곳에서 선거법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번 시위는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로 주최 측은 5만명, 경찰 측은 1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베르시 2.0’은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숨지고 1667여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자정 무렵 체포한 시위대 전원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당초 야권은 당초 운동장 집회만 허용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제안을 받아들여 메르데카 경기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쿠알라룸푸르 시내로 향하는 주요 도로와 철도를 봉쇄하고 시위 예정 장소인 메르데카 경기장 주변 등에 경찰을 대거 배치해 원천봉쇄하자 시내 집회를 강행했다.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수만명이 운집한 시위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당의 정국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요구의 핵심은 불공정한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이다.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이 불공정 선거제도를 악용해 50여년간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 이에 투표자 식별용 지워지지 않는 잉크 사용, 매표행위 방지, 선거운동 기간 연장, 선거출마자에 대한 공정 보도 등 선거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다수당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장기집권했다. 하지만 3년 전 조기총선에서 야당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의석의 30%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야당은 선거법 개혁으로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면 정권교체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당은 지난달 야당 인사들을 보안법 혐의로 구속하는 등 야권을 탄압, 당분간 정정 불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총선은 2013년에 예정돼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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