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날개에 숨긴 칼 (4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유민 회장이 광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현성애는 어김없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대기업 오너가 지방출장을 나선 것에 비해 의전은 초라했지만, 그녀는 스마트한 모양의 핫로드 카를 직접 몰고나온 것으로 럭셔리함을 대신하려 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많이 기다렸지요? 현 양.”
현성애는 게이트를 나서는 유민 회장에게 안기다시피 하며 공항객사를 빠져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핥고, 빨고, 쓰다듬고 싶었지만 행여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조심한 것이 그 정도였다.
“오, 멋진 차로군. 외제 찬가? 출장 나온 사람이 어디서 저토록 좋은 차를 구했어?”
“핫로드로 꾸민 차예요. 회장님께서 이미 저를 아드님의 랠리 동반자로 선정해주셨으니 이럴 때라도 제 드라이브 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빌려왔지요.”
현성애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정한 대로, 계획한 대로 대답한 셈이었다. 오늘 유민 회장을 목포까지 끌어내린 주된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5대륙 랠리에서 자기가 코 드라이버의 자리를 확실히 꿰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물론 일석이조, 그럼으로 해서 유호성의 옆구리에 붙어 알짱거리는 김지선이란 레이싱 모델을 확실하게 떼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핫로드가 뭐예요?”
“아, 요즈음 랠리에서 유행하는 건데요…”
바라던 대로 유민 회장이 차에 관심을 보였으므로 현성애는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핫로드란 아주 오래된 차나 새 차의 엔진과 서스펜션, 바디 등을 완전히 개조해 전혀 다른 모습과 성능으로 바꾸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구형 차에 신형 차의 바디를 얹는 것, 혹은 소형차에 대형 엔진을 튜닝해서 얹는 것 등을 두루 일컫는 말인데, 가끔 고속도로에서 시속 250킬로미터 이상으로 폭주하는 코딱지만 한 차를 보면 핫로드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럼 껍데기는 고양인데 속은 호랑이란 말이지?”
“맞아요. 자동차 경기의 등급, 서킷의 상태, 주행거리 등에 맞게 개조한 거예요. 자동차 경주 용어로는 모디파이라고 하지요. 오늘은 회장님과의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목표로 해서 모디파이 했어요.”
환상적인 드라이브? 이를테면 현성애는 오늘 밤, 광주에서 목포를 달리는 해변도로에서의 카섹스를 꿈꾸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광주에서 목포를 향해 달리다가 811번 국도 끝자락에서 삼학도 갓바위 쪽으로 방향을 틀면 언뜻언뜻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한적한 장소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 무렵이면 이미 자정에 임박한 시간이겠지. 갓바위 뒤쪽으로 밤 12시 넘어 서성거리는 인간들이 어디 한 명이나 있을까?
자동차 천정의 썬루프를 열면 깜박이던 별빛이 와르르 차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겠지. 철썩 철썩 쏴르르! 울부짖는 파도소리도 함께 밀려들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피곤에 지친 유민 회장도 별빛과 파도소리에 생기를 되찾게 되겠지. 해변의 자연을 벗한 심야 섹스! 이 얼마나 낭만적인 기획안이란 말이냐…
“환상적인 드라이브? 우리 호성이는 어떡하고? 그 녀석이 레이싱 모델인지 뭔지 하는 그 계집애의 꾐에 빠져 옷을 벗은 채로 목포거리를 활보했다면서?”
“물론 그랬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 끝난 일 아닌가요?”
“무슨 소리야? 그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려고 불철주야 천리 길을 달려왔잖소? 더구나 그 여우같은 모델이 더 이상 내 아들에게 달라붙지 않도록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지.”
“걱정 마세요, 회장님. 이미 그 둘은 따로 격리시켜놓았어요.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처리해도 늦지 않아요.”
현성애는 이렇게 말하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 이미 온 몸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로.
<계속>
meelee@heraldcorp.com
![옥택연 25억에 낙찰받은 그집, 75억이 됐다…류현진 부부도 사는 강남 고급빌라 [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4/news-p.v1.20260904.6851255acf834221b5039de0a2498eb5_T1.jpg?type=h&h=240)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