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날개에 숨긴 칼 (4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사랑은 꼭 마주보아야 결실을 맺는 것일까? 아니다. 은행나무도 아닌데 꼭 마주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환희에 찬 대화는 꼭 얼굴을 맞대야만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지금 삼학도 갓바위 옆에서 유민 회장과 현성애가 제시하는 중이었다.

“조금 아래쪽으로요… 그래요, 거기.”

현성애는 상체를 자동차 밖으로 내민 채로 열손가락을 세워 자동차 지붕을 벅벅 긁으며 이렇게 소리 질렀다. 그리고,

“여기? 아니면 여기?”

어두운 자동차 안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린 채로 유민 회장이 대답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두워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지만 그는 두 눈을 화등잔 만하게 뜨고는 포인트를 찾아내려 애쓰는 중이었다.

“네가 늘그막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구나.”

유민 회장은 어느덧 목포에 내려온 이유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불현듯 가슴 속에 춘심이 일자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젊음이란 이토록 싱싱한 것인가. 비록 어둠 속에서 허벅지와 엉덩이를 끌어안고 있을지언정 손끝이 닿는 곳마다 생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회장님, 랠리사업이 성공해서… 국회의원이 되시면…”

자동차 지붕을 벅벅 긁어대던 현성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엑스자로 모아 셔츠 아랫단을 잡더니 훌렁 위로 벗어던졌다. 어느새 자동차 천정 위로는 늘씬하면서도 풍만한 나신의 여체가 몸부림치고 있었다.

“저도 좋은 자리 하나 챙겨주실 거죠?”

“이 옷자락 좀 잡고 있어라. 얼굴에 나부껴서 거추장스러워.”

“랠리경기 땐 저도 화면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 거죠?”

“이거 좁아서 바지가 안 벗어지네. 무릎이 펴져야 바지를 벗지.”

서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지만 몸이 뜨거워지는 속도는 한결 같았다. 어느덧 유민 회장은 바지를 내려 돌돌 무릎에 감아 걸고, 와이셔츠는 어깨까지 말아 올렸으며 팬티는 반쯤 내려걸친 이른바 3단 분리체제의 모습으로 쪼그려 앉은 채였다. 그는 이제부터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하는 사제가 된 기분이었다. 연령과 지위를 초월하여 사랑을 나누는 행위… 이 얼마나 성스러운 과정인가. 그는 이미 사랑의 열병으로 인해 가는귀가 먹은 상태였으므로 천정 위에서 허공을 향해 중얼대는 현성애의 요구사항이 귀에 들릴 리 없었다.

“회장님이 정계에 진출하면 나에게는… 악!”

좁은 자동차 안에서 유민 회장이 얼굴을 그녀의 비너스에 밀착시키자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환희의 송가를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야 했다.

“적어도 임원자리 하나쯤은… 아학! 아학!”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요구사항을 발표하지 못하고 자동차 안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털썩 주저앉고야 말았다. 아무런 전희 없이 황급히 이루어지는 스포츠 카섹스였지만 감동의 물결은 오히려 대단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행여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항상 열려있는 행위라서 오히려 감동의 뒤끝은 짜릿하기만 했다.

“아! 이거 신통하군.”

그때 문득 유민 회장이 혼잣말을 지껄였다. 워낙 졸지에 이루어진 상열지사였기에 미처 준비해 온 비아그라를 복용하지 못했던 것인데 웬걸, 그의 지겟작대기는 이제 막 바닷물에서 건져 올린 생선처럼 싱싱하게 퍼덕이고 있질 않은가. 아! 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신체의 조화를 관장하는 천지신명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