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층에 뛰어내린 한남자

난 그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화재 등 모든 가능성 대비불구

그날은 상상 그이상의 참사였다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루디 줄리아니. 그는 9ㆍ11 테러의 살아있는 상징이었다. 상처받은 채 리더십을 갈구하던 나라의 영웅이기도 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테러 당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미국의 시장’이란 명성을 얻었다. AP통신은 9ㆍ11 테러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줄리아니 전 시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테러 직후 맨해튼을 누비면서 미국과 세계에 침착하게 대응하자고 호소했고, 뉴욕은 반드시 복구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줄리아니는 9ㆍ11 테러에 대해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다. 내가 책임지고 있던 도시를 무참하게 파괴해 버린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참혹했던 기억은 세계무역센터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본 것이다. 당시 줄리아니는 두번째 비행기가 남쪽 타워에 충돌한 지 몇분 지나 세계무역센터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그에게 머리 위로 잔해가 떨어질 수 있으니 위쪽을 잘 살펴보라고 충고했다.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William Louis Giuliani III미국 전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William Louis Giuliani III미국 전뉴욕시장)

“한참 동안 위로 올려다보고 있었어요.그 순간 101층 창문에 매달려 있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죠. 그의 등 뒤로 불길이 활활 타올랐는데 그는 결국 뛰어내렸어요. 난 그자리에서 얼어붙었어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줄리아니는 맨해튼을 종횡무진하면서, 구조활동과 보안유지 등을 지휘했다. 병원들을 방문하고, 도심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는 “뉴욕시장 재직 당시 비행기사고, 빌딩 붕괴, 화재, 인질,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왔지만, 9ㆍ11테러는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면서 “우리가 이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그는 방송카메라 앞에 섰다. 피해 규모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기자들이 사망자 수를 물었다. 그는 “테러 희생자 수는 우리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줄리아니는 비극적인 사태에 빠진 나라의 대변인으로 부상했다. 그의 안정적인 존재감과 리더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능가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테러가 나자 강연차 방문했던 플로리다에서 에어포스원의 기수를 돌려 멕시코만으로 나가 사태를 관망했다.

9ㆍ11 테러는 줄리아니 인생에서도 한편의 드라마였다. 테러 직후 줄리아니는 시정을 뒤흔들던 레임덕에서 벗어났다. 줄리아니가 9ㆍ11테러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는 이 같은 추측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9ㆍ11 테러 이전에도 이미 성공해 있었고, 성공한 시장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며 “단 9ㆍ11 이후 뉴욕시장으로서 인지도는 60~70%대에서 90%대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시장 퇴임 후 그는 보안과 경제적 이슈에 대해 미국과 전 세계를 돌면서 강연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9ㆍ11 당시 영웅적인 이미지를 대선전에서 충분히 살리지 못했던 것. 줄리아니는 2012년 대선 레이스에 다시 도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