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41

‘역시 남자와 여자는 몸부터 통하고 볼 일이야.’

유민 회장은 이런 생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로서는 현성애가 지극정성으로 랠리사업에 참여해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본인으로서는 인생을 건 사업인데 현성애와 같은 자동차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면 얼마나 난처했을까. 그는 문득 삼학도 갯바위 아래에서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며 현성애를 품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일단 깃발을 꽂고 나면, 모든 여자들을 종 다루 듯 할 수 있다니까?’

이런 것이 바람둥이의 공통된 착각일까? 혹은 머리 나쁘고 단순한 유민 회장만의 착각일까? 어쨌든 유민 회장은 상대 회사의 비밀까지 찍어와 보고하는 현성애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상하기도 해라. 착한 종처럼 다소곳한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그토록 요부다운 면모가 드러날 수 있는지…. 삼학도 갓바위 아래, 고즈넉이 세워둔 자동차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진 채 사랑을 불태우던 기억이 아직도 삼삼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모양이었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그럴듯한 팀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네, 회장님. 팀 이름도 지어야 하고, 거기에 맞춘 로고도 제작해야 해요. 제킨넘버…이를테면 운동선수의 등번호도 받아야 하고, 드라이버 장비도 구해야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급한 건 유호성 선수와 호흡을 맞춰 달릴 코-드라이버를 구하는 일입니다. 3박4일 동안 함께 달릴 파트너 말이지요.”

“그래요? 몬테카를로 랠리가 두 명이 차를 타고 3박4일 동안이나 달리는 거야? 뭘 하기에 그렇게 오래 걸린대요?”

“원래 몬테카를로 랠리는요, 모나코의 도시에서 그 이름을 빌려오긴 했지만 시발점은 450킬로미터나 떨어진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도시 발랑스로 잡고 있단 말예요. 얼음에 뒤덮인 강도 건너야 하고, 깎아지른 산길 빙판도 달려야 해요. FIA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이고, 모든 랠리스포츠에서 제일 오래된 전통을 지닌 경기인데 그걸 모르시다니…. 단순하게 속도나 재는 경기가 아니라고요. 그러니 3박4일도 짧은 거지요.”

“그건 그렇고…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김지선인가 뭔가 하는 여자를 떼어놓은 것이 천만다행이야. 3박4일 동안이나 목숨 내놓고 경주하면서 같은 차에서 뒹굴다보면…그게 마누라와 다를 게 뭐있어? 안 그래요?”

유민 회장은 이처럼 단순했다. 그는 아들 호성이가 파트너와 함께 3박4일간을 달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꼴 보기 싫었던 김지선의 모습부터 떠올렸던 것이다.

“맞아요 회장님. 그 아가씨를 쫓아낸 건 정말 잘하신 일이에요. 코-드라이버는 냉철한 성격을 지닌 남자로 구해야만 해요. 수컷의 경기에 여자가 섞이면 요사나 부리지 뭘 하겠어요?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회장님께서 쫓아낸 그 아가씨가 공교롭게도 거성그룹의 코-드라이버로 영입되었다지 뭐예요?”

“그래? 그거 참 잘 되었다. 가뜩이나 별 볼일 없는 작자가 드라이버를 맡을텐데, 그 와중에 김지선이와 3박4일을 뒹굴어? 보나마나 거성이 꼴찌야! 아무렴! 거성 회장도 웃기는군. 자동차 경주에 내보내지 말고 차라리 신혼여행을 보낼 것이지.”

“그런 상황인데도 이번에 유호성 선수가 그들에게 패하면 어쩌지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그런 넋 빠진 작자들에게 호성이가 질 턱이 있어? 현 양은 어서 우리 랠리 팀 이름이나 지어 봐요. 멋진 이름으로 말이야. 가만 있자…얼빠진 병아리를 낚아채는 게 매나 독수리지? 매의 눈! 어때요? 영어로 ‘호크 아이’ 정도가 어떨까?”

“호크 아이? 좋은데요? 일단 발음이 멋져요. 어딘지 날렵하기도 하고 매서운 기색이 느껴지기도 하고….”

“멋져부러! 호크 아이! 우리 유민 제련그룹의 레이싱 팀 이름은 이제부터 호크 아이예요. 알겠지요? 현 양!”

정당히 팀의 명예를 드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남을 낚아채어 눈알부터 뽑아내자는 생각일까? 유민 회장이 레이싱 팀의 명칭을 호크 아이로 지은 데에는 그런 속내가 담겨 있었다. 어찌되었든 ‘호크 아이’는 상대팀 ‘그레이스’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될 운명이었다.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