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회> 열망을 품은 도전 1
유민 제련그룹의 레이싱팀인 ‘호크 아이’를 소개하는 광고가 조간신문 전면을 장식하던 날, 유호성은 오랜만에 귀국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그가 인천공항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는 단지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함이었다. 하긴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같은 조를 이루어 뛰게 될 코-드라이버를 만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건 오히려 잡지에 딸린 부록처럼 가욋일로 치부될 뿐이었다.
“어서 오너라. 황태자! 몸이 제법 선수다워졌구나.”
공항에 마중 겸 배웅을 나온 사람은 유민 회장이었다.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레이싱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유호성을 마중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바투 잡힌 남부 프랑스행 출국 비행편 시각 때문에 곧 작별인사도 겸해야 할 처지였던 것이다. 몬테카를로 랠리 개막이 내년 1월 19일,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현지적응과 팀 조율을 위해 곧장 모나코 행을 추진했던 결과인 셈이다.
“아버지도 참, 일본에서 곧장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도 많은데 뭣하러 여기에 내리라고 했어요? 출입국 시간만 버리니 얼마나 아깝습니까?”
“이눔아! 장도에 오르는 아들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 할 거 아니냐? 그것도 그렇고… 너에게 소개할 사람이 있단 말이다.”
유민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뒤 돌아서서 누군가를 손짓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유민 회장의 등 뒤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횡대로 줄지어 서있었다. FIA 측에서 요구사항을 맡아 볼 행정 전담요원, 호크 아이팀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지원 팀원들, 광고와 홍보를 책임진 마케팅요원, 랠리 카의 이동과 유지를 책임지는 기술요원들, 숙박이나 의료 등의 해외출장 잡무를 책임지는 총무요원까지 열댓 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안녕하시오? 전진후라고 합니다. 함께 뛰게 되어서 반갑수.”
이런! 유민 회장이 소개하는 사람은 앞으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함께 뛰게 될 코-드라이버였다. 그런데 턱 언저리 가득 수염을 기른 모습이며 말하는 본새가 여간 투박스럽지 않았으니… 유호성은 골치깨나 아플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황태자 선생 프로필은 워낙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수. 일본에서 혹독하게 훈련받았다고 하더구먼. 하지만 그따위 훈련만으로 랠리를 완주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수. 하여간 잘해봅시다. 상금 타면 반반으로 나누기로 했으니 그리 아시우.”
열 받았지만… 유호성은 멀뚱멀뚱 그의 말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팔자소관이라, 이제 와서 빼도 박도 못할 처지가 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던 중이었다.
“일등 상금이 1000만달러라면서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예요?”
그때 사람들 틈을 헤쳐 나오며 먼저 악수를 청하는 여자는 다름 아닌 현성애였다. 언제던가… 목포 아래 쪽 무인도에서 알몸인 채로 마주친 이후 반년은 거의 되어 가는가 싶었다. 그날 그녀가 빨간 고쟁이나마 전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알몸인 채로 목포 시내를 활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전혀 생소한 사람들 틈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유호성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현성애 씨.”
“아직 모르셨어요? 내가 호크 아이의 미캐닉이라고요.”
“그래요? 성애 씨가 자동차 전문가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내 미캐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반가워요. 정말 잘된 일이네… 그렇다면 내가 몰아야 할 머신이 뭔지도 잘 아시겠네요? 혹시 검은 표범입니까? 마세라티? 메르세데스?”
“끓는 청춘의 피!”
“아! 재규어 XKR이로군요. 좋지요. 상어 아가미처럼 후두와 보닛에 열기 방출구가 터져 있는 게 무엇보다 멋있어요. 그 차에 타고 있으면 마치 내가 상어로 변신한 기분이 든다니까요? 색깔은? 그냥 알루미늄 색이겠죠? 태양빛을 그대로 되쏘는 은빛 상어, 그쵸?”
겨우 10분이나 머물렀을까? 유호성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출국장을 통해 나가야만 했다.
meelee@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