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 모양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혼자 사는 어르신의 모습이 측은해지고 나도 몰래 따뜻한 기운이 솟는다. 세상의 온도는 이렇게 균형을 맞추나 보다.

숱한 나눔 중에, 없이 사는 사람끼리 나누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게 없다. 장애인이 독거노인을 돕고, 결식아동이 허기를 채우더니 남을 돕겠다고 나섰다. 혼자 살면서 고아를 돌보다 평생 허드렛 일로 모은 수천만원의 재산을 남김없이 두고가면서 “더 주지 못해 미안해”라던 할머니는 여전히 그 마을의 우상으로 남아있다. “재벌이 무슨 소용이냐. 우리의 할머니가 교과서에 실려도 부럽지 않을 영웅이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부하를 살리면서 산화한 중위는 죽어서도 불우이웃 돕기를 했고, 문근영의 기부로 만들어진 결식아동 보호시설 어린이들이 걸어서 학교를 다니면서 모은 버스차비 수십만원을 기부하면서 “문근영 언니를 닮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콧날이 시큰해진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5년간 진행했던 희망나눔 캠페인을 계속 이어갈 것을 약속하면서, 최근 ‘99%를 향한 99%의 기부’라는 기획보도에 이어, 그간 소상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희망나눔 사연들이 취재 되는대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지역아동센터는 불우한 아이들에게 점심도 챙겨주고 학업도 돌봐주는 보호시설이다. 전남 해남의 땅끝지역아동센터는 한때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으나, 5년전 연예인 기부천사 문근영씨의 기부금으로 다시 활기를 찾은 곳이다.

2007년 여름엔 문근영씨가 예고도 없이 방문해 아이들을 기쁨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도 있다. 그동안 밥을 자주 굶던 아이도 있었지만, 더 이상 배고픈 아이는 없어졌다.

2008년말부터 이 센터에서 조용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몇푼 되지 않는 용돈을 10원, 50원, 100원 저금통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하는 선생님이 “너희 돈도 없는데 어떻게 저금을 하냐”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은 “우리 학교갈 때 걸어다녀요. 우리도 누굴 돕고싶어요” 였다.

마을에서 송호초등학교까지는 4㎞, 10리길이다. 버스를 타고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땅끝의 바닷내음을 즐기던 아이들이 스스로 걸어다닌다는 것이다.

2009년 겨울 센터 프로그램 담당 김혜원 선생님은 돼지저금통 10개가 담긴 가방을 낑낑매면서 들고와 전남공동모금회에 냈다. 저금통에서는 10원권 186개, 50원권 187개, 100원권 1498개, 500원권 187개의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 21장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27만 5510원. 모은 동전과 지폐들 속에는 한 지적장애 아이가 넣은 700원권 초등학생용 버스표도 1장도 들어있었다. 몸도 불편한 그 아이는 “나 대신 너가 버스 타”라는 마음을 담았던 것 같다.

센터 관계자는 “버스 좌석에 우르르 앉아 휙휙 지나가는 차창 풍경을 구경하며 신나는 표정을 짓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젠 그 버스가 바람을 일으키며 아이들 곁을 지나갑니다. 버스 뒷창에 몰려 붙은 같은 학교 친구들이 흙바람을 뒤집어 쓴 아이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웃습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에도 아이들은 돈을 모았다. 이번에는 더 많이 모였다. 모두 35만8670원.<사진> 저금통에 이름도 붙였다. ‘이삭줍기’라고. 땅끝의 천사들은 그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천사’ CF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동전을 모았다. 조만간 전남공동모금회에 낼 예정이란다.

<함영훈 기자 @hamcho3> /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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