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 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입장이 증세 ‘불가론’에서 ‘불가피론’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주된 기류는 “부자감세는 철회하더라도 증세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올 초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부유세(순자산 30억 또는 50억 이상 계층이 1% 세부담)를 신설하자는 주장을 했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홍길동 같은 얘기”로 치부했다.

지난 6일 버핏세(자본소득 세율을 근로소득만큼 인상)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됐을 때도 당 지도부는 “백가쟁명식 쇄신안의 하나일 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역시 “한나라당이 함부로 꺼낼 카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이후 사실상의 ‘선거정국’ 에 돌입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부자 증세의 ‘작은 목소리’를 내왔던 소장파는 물론 홍준표 당 대표와 친박 진영까지 대거 증세론에 합세했다.

특히 유 최고위원은 부자 증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 주식양도 소득세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농의가 수반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과 수개월전에 부자 증세는 커녕 감세 철회 문제를 놓고도 갑론을박하던 그 당이 맞냐고 할 정도의 상전벽해다.

당내 분위기가 이처럼 급반전된 배경으로는 ‘안철수 쇼크’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 1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사재 1500억원 ‘통 큰 기부’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친박 진영을 중심으로 사람바꾸는게 문제가 아니라 정책을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했다.

당 핵심 당직자는 25일 “안철수 때문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1월 초만해도 조심스럽던 친박 의원들의 부자증세 등으로 기조를 바꿔버렸다” 며 “앞으로도 친서민ㆍ반(反)부자 관련 정책이 추가로 더 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한미 FTA 비준을 계기로 ‘1% 대 99%’ 프레임을 걸고 나와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총선을 앞둔 당 지도부의 조바심을 부추기고 있다.

홍준표 당 대표는 “정부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인 만큼 당 정책위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논의해주기 바란다” 며 부자 증세 당론화에 불을 지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내부적으로 검토단계에 있지만 아직 당내 중진 등 추가적인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는 입장이지만, 당 정책 주도권이 사실상 친박 진영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부자 증세 신설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차명진 의원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포퓰리즘 우려에 대해 “소득세 최고구간 조정을 버핏세나 부자증세라고 이름 붙이는 데 이것은 맞지 않다” 면서 “최고세율 구간이 너무 오래돼 개편하는 것으로 이는 고소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부분을 더욱 늘리는 그런 조치” 라고 주장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ya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