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살포 의혹 수사가 5부 능선을 갓 넘었다. 당시 박희태(74)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돈봉투가 배포됐다는 사실관계가 거의 확실해진 이상 본격적으로 이를 기획하고 지시한 윗선과 자금 출처를 파고들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1일 당시 박 후보 캠프 측 돈배달 실무자로 지목된 전 비서 고명진(41) 씨, 한나라당 서울은평갑 당협위원장 안병용(54) 씨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였다.
앞서 이미 사건 폭로 주체인 고승덕(55) 한나라당 의원과 돈을 받은 고 의원실 여비서 이모 씨, 돈을 돌려준 보좌관 김모 씨에 대한 소환조사로 증거를 일정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검찰은 그 윗선으로 의심되고 있는 당시 박 캠프 내 핵심 김효재(60)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조정만(51) 국회의장정책수석비서관 등으로 칼끝을 겨누고 있다.
◆고씨ㆍ안씨 압수수색ㆍ소환, 양동작전=검찰은 돈봉투를 고 의원 측에 전달하고 돌려받은 ‘돈 심부름꾼’으로 지목된 고 씨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직후 자진출두 형식으로 소환조사 했다. 11일 오전부터 자정께까지 13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돈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전대 2,3일 전 돈을 건넸다는 ’검은 뿔테안경을 쓴 30대 초중반 남성’은 자신이 아니며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 밖에 돈 봉투 배포 규모와 대상, 지시한 인물 등에 대해서도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고 씨를 돌려보내고 필요한 경우 다시 부른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건으로 원외에 돌을 뿌린 실무자로 지목된 안 씨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도 같은 날 전격 이뤄졌다.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나눠주라”며 지역 구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씨도 해당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번 양동작전식 조사는 비록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까닭에 자금 출처 규명 등 소기 성과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사건 뼈대를 구성하는 사실관계 확인으로 수사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수사 범위를 원외로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윗선 “모른다” 일관…검 칼끝은 정조준=‘돈을 주고 받고 돌려줬다’ 실무자급 조사를 일단락 지은 검찰은 이제 사건 주모자급인 윗선을 조준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윗선의 양심선언이나 자백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고 의원의 폭로 시점부터 사실관계가 대부분 드러난 현재까지도 한결같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선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는 윗선 중 한명은 당시 박 캠프에서 일정, 메시지, 전략, 조직 등을 총괄한 김 수석이다. 설상가상 고 의원이 돈봉투를 돌려준 직후 직접 통화를 나눴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코너에 몰렸다. 고 의원은 김 수석에게서 “왜 돌려줬느냐”는 전화문의가 왔기에 “받기에 부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일 한 언론이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전대 전후 고 의원과 대면이건 전화건 말을 섞어본 적이 없다며 극렬 부인하고 있다.
고 씨의 캠프 내 직속 상급자였다는 조 수석도 돈봉투 기획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17대 국회 때 박희태 당시 의원실에서 조 수석은 보좌관, 고 씨는 비서로 일한 인연도 있다.
검찰은 김 수석과 조 수석이 박 캠프 내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인사였던 점과 최근 불거진 의혹 확인 차원에서 이들을 조만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윗선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박 의장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칫 밑선에 떠넘기는 ‘꼬리자르기’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직접 소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 의장은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18일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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