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사태 등 잇단 재벌 봐주기 논란
2.5%이상 횡령땐 공시 의무
자본금 규모별로 세분화
검찰 기소땐 부정규모 통보
관계기관과 공조방안도 추진
한국거래소가 한화 사태로 불거진 상장폐지 실질심사 기준 논란과 관련해 기업 규모별로 상폐 심사 대상 기준을 세부적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횡령ㆍ배임 혐의가 발생한 한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폐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놓고 일각에서 ‘재벌 봐주기’ 논란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이번 기회에 횡령ㆍ배임 등 대주주의 부정이 기업의 영속성에 미치는 영향 및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거래소는 대주주의 횡령ㆍ배임 혐의 기소에 대한 공시 규정을 개정, 자기자본 기준 상장기업 규모별로 관련 공시 의무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기자본 100억원 미만 기업은 횡령ㆍ배임액이 자본의 2% 이상일 때, 1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은 3% 이상,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은 4% 이상, 1조원 이상은 5% 이상일 때 공시를 의무화하는 식으로 차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횡령ㆍ배임액이 자기자본 2조원 이상 기업은 2.5% 이상, 일반 기업은 5% 이상일 때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공시한 기업은 일단 주권매매가 정지됨과 동시에 거래소 실질심사 지침에 따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받게 된다.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 대기업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 등의 횡령ㆍ배임 혐의 금액은 899억2100만원으로 한화의 2009년 말 자기자본 대비 3.88%에 해당, 검찰 기소 시 즉시 공시 의무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자기자본 대비 적은 비율의 횡령ㆍ배임만으로도 기업 존립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 반면, 대기업의 경우 횡령 등이 발생했더라도 기업이 부도 등 경영 위험에 부딪힐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한화와 같은 큰 기업과 다른 작은 기업에서 똑같은 비율의 횡령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어느 쪽이 존립에 위험이 있겠는가. 당연히 작은 기업 쪽이다. 현재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인 잣대를 적용해 한화 사태처럼 많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또 검찰이 기소 시점에서 기소 사실과 관련해 부정 규모를 거래소에 통보하도록 하는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검찰이 상장기업 대주주 등 경영진을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직접 공시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서도 알려지지 않으면 사태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0개 가까운 상장기업 경영진의 기소 사실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소 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기소 시점에서 상장사와 기소된 임원 이름, 혐의 관련 금액만 통보해주면 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기업에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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