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가 다시 한번 파국을 면했다. 이달 들어 두차례나 연기됐던 2차 구제금융안이 마침내 승인되자 벨기에 브뤼셀로 급히 날아갔던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오늘은 그리스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유로존의 승인으로 그리스는 1300억 유로(194조원)을 지원받게 됐고, 민간 채권단에 진 빚도 절반 가까이 탕감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란 ‘뇌관’은 일단 제거됐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은 이제부터다. 당장 올한해 33억 유로 예산 긴축, 3년간 공무원 20% 감원, 근로자 최저임금 22% 삭감 등 긴축조치를 단행해야한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지원안 승인 직후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 내부 사정은 다르다. 노동계의 파업과 시위가 갈수록 격화될 것이 뻔하다.
그리스 국민 여론은 이미 분열되고 있다. 22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차 구제금융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5%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모든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7%에 달했다.
시장의 시선도 냉담하다. 그리스가 4월 총선이후 ‘딴소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그리스가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집행은 언제든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는 재확산할 여지가 상당하다.
벌써부터 3차 구제금융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혹독한 긴축 조치로 그리스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의 이런 상황을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 비유하면서 그리스 구제가 여전히 요원하다고 마치 비아냥대는 듯한 보도마저 서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게 뭐야’란 제목의 분석에서 시장의 냉담함을 전했다.
이번 지원으로 급한 불길은 잡았지만 그리스 디폴트 등 유로존 위기의 불씨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2년만에 다시 지원된 그리스 구제금융이 그리스와 유로존에 독배가 될지 보약이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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