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바람 부는 길(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잠시 유식한 척부터 하자면… 카잔차키스의 소설 주인공인 ‘조르바’는 여자를 샘물과 같다고 했다. 여자를 들여다보면 모습이 비치겠지. 그러나 개의치 않고 마시면 된다고 했다. 뼈마디가 녹신녹신할 때까지 마시면 그 뿐이라는 것이다. 여자는 샘물이고 남자는 지나가는 나그네라고 했으니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와 그 추구하는 정서가 비슷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 어때?”
나그네의 정서에 물씬 젖어든 전진후는 다시는 마시지 못할 샘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절실하게 행동했다. 뼈마디가 녹신녹신해지는 것쯤이야 불문가지. 그는 입술, 이빨, 혀, 손가락, 발가락 등등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기관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거칠었다. 보드라운 젖가슴에 턱수염을 비빌 때에는 마치 철물점의 사포로 문질러대는 것처럼 아프고 거칠거칠했다.
“아파요, 살살!”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아픔의 끝자락이 황홀함에 이른다는 사실을 그녀는 불현듯 깨닫는 중이었다. 아픔이 황홀함과 같다니 무슨 개 풀 뜯는 소리일까. 하지만 이상했다. 그의 이빨이 젖가슴에 돋아난 핑크돌기를 깨물 때마다 자지러지곤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곧 환희의 신음이 흘러나오곤 했다.
“시끄러워, 얌전히 있어.”
젖가슴이 거덜 날 지경에 이르자 드디어 전진후가 그녀의 하반신에서 꽃무더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꽃무늬 레이스가 활짝 피어난 삼각팬티를 엄지발가락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아까 ‘내려도 돼요?, 올릴까요?’ 하고 물어보던 때와는 모든 상황이 달랐다.
“진후 씨, 무드… 무드 좀 살려 봐요.”
“개뿔! 무드는 무슨 얼어 죽을!”
개뿔을 본 적이 있으신지? 염소가 설사하는 걸 본 적이 있으신지? 전진후는 그녀의 애원을 일방적으로 묵살했다. 그가 굽혀 올렸던 오른쪽 무릎을 쭉 펴자 엄지발가락 끝에 걸려있던 그녀의 팬티가 맥없이 벗겨지고야 말았다. 그가 다시 한 번 오른발 무릎을 퉁기자 그 팬티는 깻잎 만하게 쪼그라든 채 낙엽처럼 침대 밑으로 날아 떨어졌다.
“아이, 어쩜 이렇게 무드를…”
“거 참, 시끄럽대도.”
사마귀가 나비를 잡아먹을 때의 모습처럼 그는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휘어감은 채 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쓱싹쓱싹 사포질하고 있었다. 목덜미를 어루만지다가 젖가슴을 한동안 어르더니 드디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염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역시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제지도 할 수 없었다. 아파, 아파! 하지만 그 아픈 뒤끝으로 슬금슬금 희열이 몰아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혼자서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릴 수밖에.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중얼거릴 수도 없었다. 언젠가는 쾌락으로 이어질, 그러나 당장엔 죽을 것처럼 아픈 통증이 하복부 쪽으로부터 와락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너무 아프다 보니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었다. 그저 새끼줄에 엮인 굴비처럼 입을 딱! 벌리고만 있을 뿐.
“그래, 나는 새롭게 탄생한 거성의 드라이버고 당신은 나의 어여쁜 쫄병이야. 상하관계가 이렇게 맺어져야 영원한 법이지. 자고로 우리 팀은 영원불변!”
팔굽혀펴기 자세로 돌아선 그의 가슴근육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팽팽한 지겟작대기가 그녀의 몸속에서 용두질을 하는 모양이었다. 삼킬 땐 통증이 밀려오고 토할 땐 희열이 느껴지는 불가사의한 행위가 이어질수록… 전진후와 권도일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애초엔 전진후의 모습이 통증과 겹쳐지고 권도일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지만 어느새 뒤바뀌는 중이었다. 왜 이럴까… 어째서 고통의 순간에 그리웠던 권도일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일까.
아악! 그가 작대기를 힘차게 밀어 넣을 때마다 그녀는 한껏 그걸 삼켰다. 그리고는 어흐! 그가 엉덩이를 뒤로 빼는 동작에 맞추어 작대기를 토해내면 생겨나는 희열! 그 희열 끝에 전진후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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