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해운업계 전체가 죄인이 된 심정입니다. ‘해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만 하면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지원책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민간연구원에서 해운물류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한 전문가의 토로다. 세월호 참사로 청해진해운과 해양수산부 및 산하기관, 해운관련 민간협회까지 줄줄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해운업계는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다. 물론 이번 사건으로 “해운업체 위에 군림하던 일부 공무원과 국회의원의 백태를 이번 기회에 엄벌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고사 위기에 놓인 해운업계를 살릴 각종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로 해운업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사들을 지원할 각종 제도에 대한 논의는 ‘올스톱’ 됐다. 해운보증기구(한국해운보증) 설립과 톤세제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2조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1년 넘게 공방만 벌이다 지난 해 공공기금이 아닌 보증기구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규모도 당초 2조원에서 5500억원으로 줄었다. “중소 선사 한 곳을 지원하기도 부족한 규모”에, 당장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업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해운업계는 ‘그래도 생기는 게 어디냐’는 반응이었다. 해수부는 연내 설립을 목표로 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모든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톤세제 연장도 어려워졌다. 실제 영업이익이 아닌 운항 선박의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톤세제는 올해 말 자동소멸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부침이 있는 대표적 ‘사이클산업’인 해운업에 톤세제는 꼭 필요한 세제 지원책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일본 등 해운강국들도 모두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톤세제가 폐지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다른 국가로 선박 등록을 이전할 가능성이 커져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톤세제 연장은 업계 및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됐지만 이를 포함해 해운산업 강화를 위한 법안 발의를 주도했던 일부 의원들이 최근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외유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말조차 꺼내기 어렵게 됐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런 이야기(해운산업 지원방안)를 해봤자 들어 줄 곳도, 실현시켜 줄 곳도 없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과 이번 일로 불거진 관료들의 백태에 대한 처벌은 엄중히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처벌과 산업 활성화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중소선사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대표 국적선사들 마저 유동성 위기로 매각 및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위기의 한국 해운업이 침몰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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