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나눔에 인색한 이들이 많다. 자신의 것은 내려놓지 않은채,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집착한다. 욕심에 욕심을 더 얹다보니 세상의 각박한 경쟁구조에 일조할 뿐이다. 아름다운 세상, 건강한 세상은 이들에게 관심 밖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들의 인생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부자들은 달랐다. 왜 나눠야 하는지를 알았고, 나누기 위해선 당당한 부자가 먼저 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헤럴드경제는 연중기획 ‘부자의 자격-신리세스오블리주(Richesse Oblige)’ 시리즈 일환으로 젊은 부자 5명을 만났다. 가면정(31) 커뮤니케이션 우디 대표, 김성환(32) 토소웅화장품 대표, 이계익(28) 시크릿가든 대표, 황봉남(30) 더원퍼스널트레이닝 대표, 박미현(28) 터치포굿 대표가 주인공이다. 열정의 창업정신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건강하게 벌고, 건강하게 사회에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나눔에 당위성에 대해서는 “성냥불이 하나하나 모여 그 불이 커지면 큰 힘을 발휘하듯이, 세상을 밝히는 한줄기 빛이 돼야 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20대말~30대초의 미혼남녀인 이들은 성공하는 기업가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번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큰 기쁨이라고 했다.
패기의 젊은이답게 기성세대 부자의 삶의 방식은 거부했다. 이들은 “대기업 회장들을 보면 하나같이 대저택에서 살고 베일속의 삶을 사는데, 저택을 팔고 소박한 집으로 옮겨 서민적인 모습을 보이면 더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학로 한 만두집에서 만난 이들은 보쌈 안주에 소줏잔을 기울이며 2시간 동안 자신의 솔직한 나눔스토리를 털어놨다. 직원을 수십명 거느리고, 매출액을 수십억원 이상 올리는 ‘사장님’ 모습은 금세 사라졌고, 여느 젊은이들과 다름없는 수다(?)는 줄을 이었다. 건강한 부와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젊은 사장’들의 발랄토크를 들어본다.
▶김성환 토소웅화장품 대표= 반갑습니다. 창업 등 같은 길을 가는 분들이라 처음 만났는데도 친근감이 드네요. 제가 나눔에 눈을 돌린 것은 부모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20여년간 수족관을 운영했는데요. 한 방에서 5명이 생활할 정도로 어려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꼭 부모님이 옷 등을 기부했어요. 어린 마음에 “우리도 어려운데 왜 남을 돕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돈 50원 받으면 쥐포라도 사 먹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는 철부지였지만, 그런 부모님의 나눔에 저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사회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던 것 같아요.
▶가면정 커뮤니케이션 우디 대표= 저 역시 부모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부모님은 장애가 없으셨는데도, 장애인협회에 가입해 일을 도와드렸어요. 팔 다리가 불편한 분들이 집에 자주 오셨어요. 친구들이 “왜 너희 집엔 장애인들이 많이 오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저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나중에 어른이 되고 아버지한테 “사업 하겠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하려면 열심히 하라”고 힘을 실어주셨어요. 아마 사업을 한다면, 나눔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라는 뜻이었을 거예요. 제가 나눔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아마 부모님에게 배운 것일 거예요.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 저는 어릴적부터 불만이 많은 아이였어요. 담아 두지 않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죠. 고등학교때 한 선생님은 “불만과 현실사이에선 반드시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불만을)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불평할 자격이 없다면서요. 대학때 정치를 전공했고, 보다 (사회)문제와 가까이 있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의 대안 중 하나인 것을 깨달았지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황봉남 더원퍼스널트레이닝 대표= 어머니께선 10원도, 100원도, 1000만원도 “네가 노력한 만큼 버는 게 맞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정당한 노력으로 정당하게 벌어야 한다는 뜻이죠. 어머니의 가르침은 정당하게 벌어 정당하게 쓰라는 것이었을 거예요. 나눔은 정당하게 쓰는 가장 좋은 길이죠.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눔이란 서로의 성장이라는. 앞서 나간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을 끌어주는 것, 그게 나눔이죠.
▶이계익 시크릿가든 대표= 대학때 전 아르바이트라는 아르바이트는 모두 해본 것 같아요. 주유소에서도 일해 봤고, 전단지 배포 일도 했죠. 봉사활동도 많이 했는데요. 연탄봉사를 할 때인데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판자촌으로 연탄 100장을 나르는 것도 봉사지만, 오히려 연탄가스 질식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생길 수 있다는…. 그러면 차라리 어느 기업의 CF처럼 보일러를 1000개 놓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때부터 조금씩 세상에 나눔과 가치를 선물하는 사업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박 대표= 우리가 왜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면 저는 사실 크게 내세울 것이 없어요. 제가 운영하는 터치포굿은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도록 규정을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큰 금액은 아닙니다. 전 사실 사업을 하면서 특별히 돈을 많이 벌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나누려고 회사를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남들이 “좋은 일 하네”라고 말씀하신다면 “제가 운이 좋은거죠”라고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김 대표= 저는 G마켓 프로모션팀과 약 7년째 나눔을 실천하고 있고, 교회에서 봉사와 매달 불우이웃에게 현금과 현물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내세울 것은 없어요. 다만 어렵게 모은 돈을 사회에 나눠야 하는 것은 소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큰 등불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성냥불이 하나 하나 모여 그 불이 커지면 큰 힘을 발휘하겠죠. 세상을 밝히는 한줄기 빛이 돼야 하는 것은 저의 소명입니다.
▶이 대표= 여기서 부자란 무엇인가 정의가 필요한 것 같은데요. 저는 부자란 돈을 많이 번 사람을 일컫는게 아니라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봉사하는 이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며 한때 멘토가 필요했고, 다단계회사를 만나 유혹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달콤해 보였고, 금방 많은 돈을 벌수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유혹을 금방 떨쳐버렸습니다. 제가 가진 신념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것이지 피해를 주는 게 아니었거든요. 돈은 삶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게 제 철학입니다. 사업가이기에 기업의 설립목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사회에 쓰는 가치있는 삶을 실천하고 싶어요. 훗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업가가 되자고 늘 다짐하고 있습니다.
▶가 대표= 고생해서 축적한 부를 다시 세상에 환원하는 이유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차원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니까, 내가 내어놓는 어떤 것으로 다른 사람의 현재와 미래가 행복해진다고 상상만해도 행복해지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눔이 행복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나눔의 양도 마찬가지죠.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행해서 행복할 수 있는 만큼 조금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눔 안에는 서로의 행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황 대표= 저는 제가 성공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성공의 잣대가 어떤 것인지도 몰라요. 다만 제 삶에 최대한 성실하고 싶습니다. 나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죠. 저는 ‘경제적인 부’ 뿐 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까지도 나누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봅니다.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부자에게는 나눔은 권리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도 그런 권리를 좀 얻을까 합니다.(웃음)
▶이 대표= 우리는 젊은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비판도 할 수 있는 ‘청춘의 권리’가 있죠. 우리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눠진 구조입니다. 벤처라고 불리는 기업들을 보면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자영업 수준이 많은 게 현실이죠. 기업가 측면에서보면 어려운 상대에게 더 많이 주는 이가 부자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 대기업은 탈세나 상속으로 부를 세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내 것’은 없습니다. 운이 좋아 돈을 번 것을 가지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상생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여요.
▶황 대표= 그래서 부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선 안좋은 것 같아요. 외국에선 스티브 잡스가 1달러 연봉을 받으면서 ‘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기도 했는데, 우리는 그런게 좀 아쉽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큰 집을 과감히 팔고 아담한 집에서 살면서 갤럭시노트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하는 좀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인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젊은사람들이 부의 아이콘이나 생태계를 바꾸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돈 버는 게 터부시되는 건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입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번 뒤 나중에 기부를 펑펑하면 괜찮다는 막연한 생각이 스며들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돈을 버는 것 자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습니다. 돈을 벌면서도 내가 왜 벌어야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당하게 벌게 되고, 또 당당하게 쓸 수 있겠죠.
▶가 대표= 요즘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가 재벌ㆍ대기업들이 작은 것(중기 영역 사업)까지 영위하려고 하는 것인데요. 이것은 (사업영역)침범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다 하려고 하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즉 대기업이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느끼기에 소외감은 더 심각한 것이죠. 예전에 읽은 책 중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A부터 Z까지 수업하는 책이 있었는데, 공익마케팅을 하면서 나눔에 초점을 맞추는 내용이 가장 가슴에 와 닿더군요. 우리 사회는 대기업 횡포가 다소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창업가들이 이룬 것을 순식간에 가져갈 때도 있다고 들었어요. 부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는다면 양극화 문제도 조금은 완화될 것 같아요.
▶김 대표=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사회 일원이니 서로 상생하는 길을 넓혔으면 합니다. 저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젊은만큼 꿈도 클 것입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화장품사업은 원하는 것의 첫단추일 뿐입니다. 어느 정도 사업확장을 하게 되면 재단과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어려움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날개를 달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배경들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존경받는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가 대표= 남들이 원대한 포부라고 놀릴지 모르겠어요. 만약 커뮤니케이션 우디가 대박을 이룬다면, 세상의 마케팅은 모두 공익적인 성격을 갖게 되기에 굳이 ‘공익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쓸모없어 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 꿈을 꿔요. 너무 이상적인가요.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공익마케팅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우디’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회사, 누구든지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기업과 사회와 사람들이 서로 행복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어요.
▶황 대표= 제가 만들고자 하는 회사의 단계와 비전은 아직 비밀입니다. 그런말을 할 위치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운영하는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는 건강한 사업철학을 바탕으로 열정을 심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뚜벅뚜벅 나눔도 실천하고 싶습니다. 아, 또 하나 꿈이 있는데,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과 만나 사랑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열정적이면서도 자기 색깔이 뚜렷한 분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박 대표= 제가 터치포굿을 운영하고 있는데, 터치포굿은 언제나 꿈꾸던 주도적인 삶을 제게 선물해줘 고맙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내가 직접 세운 기준에 의해 하루를 평가하고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생각만해도 즐겁죠. 지난해 외부 강연을 많이 했는데요. 이런 주도적인 삶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나눔도 주도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 대표= 식상한 말 같지만,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가 아닌가 합니다. 돈을 번 것은 자신이 잘해서만은 아니죠. 세상이 나와 한때 뜻이 맞아 세상의 도움으로 부를 가지게 된 것, 그 뿐입니다. 그래서 부는 결국 언젠가는 제자리에 되돌려주고 떠나야 한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그렇게 나눌 것입니다. 다만 사업가로서의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면 안되겠죠. 제 트레이드 마크인 ‘명함보다는 심장을 건네는 사업가’라는 한마디에 모든게 함축돼 있어요. 풍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장서는 기업가, 그런 아름다운 청년이 되고 싶습니다.
▶김 대표= 오랫동안 많은 말이 오고갔는데요. 얘기를 하다보니 우리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업가로서 희망도 크고, 나눔 욕심도 많은 것 같은데요. 서로 배울 것이 정말 많네요.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다시 창업, 도전정신으로 뛰면서 사업도 키우고 나눔도 키웠으면 합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서로의 나눔 크기라도 재봐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이 대표= 나눔은 아무래도 강자가 선도해야 합니다. 가진 사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당당한 부자를 꿈꾸는 당위성이기도 합니다. 제 트레이드마크를 다시 사용해도 될까요. ‘명함보다는 심장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 많아지면, 나눔 온도도 수직상승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리=김영상ㆍ정태일 기자 @yscafezz> /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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