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경 동국대 교수가 말하는 성폭력 위기 최악상황 피하는 법
지시따르며 안심시킨 다음 대화등으로 친밀감 쌓으면 공격 대상으로 보지 않아 “제 이름은 에이프릴 케프너입니다. 저는 스물여덟 살입니다. 저는 4월 3일에 태어났습니다. 콜럼버스 오하이오에서 태어났습니다. 엄마는 선생님입니다. 아빠는 농사를 지으십니다. 옥수수, 아버지는 옥수수를 키웁니다. 부모님 성함은 캐런과 조입니다. 저에겐 세 자매가 있습니다. 첫째가 리비이고, 둘째가 접니다. 그리고 키미, 앨리스가 있습니다. 전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어요. 전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았어요. 제발. 전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전 사람입니다. 전 사람이에요.”<사진>
병원에서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총을 들고 병원에 난입한다. 남자는 의사들이 아내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의사든, 간호사든 남자는 표적을 찾아다니며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시즌 6 마지막 에피소드(24화) 내용이다. 그러나 딱 한 명. 살인자의 총구를 피해 간 사람이 있다. 범인 앞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길고 하염없이 늘어놓은 여성이다. 물론 그녀 이야기엔 두서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살았다. 삶과 죽음은 이렇게 종이 한 장 차이다.
최근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믿었던 경찰이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이들은 범인과 만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범인의 행동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을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범인과의 ‘라포르(Rapport)’ 형성을 강조했다.
라포르란,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나 친밀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다. 일례로 ‘마음이 서로 통한다’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느껴지는 관계를 뜻한다. 교감ㆍ소통 등과 비슷한 뉘앙스를 지닌 말이 라포르다.
곽 교수는 “범인과 피해 여성 사이의 ‘조우’관계에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범인 입장에서 개인적인 친밀감이 형성되면 피해 여성이 단순한 공격 대상으로 보이지 않을 수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범인과 계속해 대화를 시도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게 좋다. 앞선 미국 드라마의 장면은 라포르를 차용한 장면인 셈이다. 자기 마음속으로 친밀하게 느끼는 사람을 함부로 때리거나 혼을 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범인의) 자기 마음속에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이어 가능한 한 범인을 자극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범인이 요구하는 조건이나 지시나 명령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범인을 안심시키고, 심리적 틈새를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원의 피해 여성은 대단히 안타까운 경우이지만 웃옷을 벗어서 놔둔 행동 자체는 범인의 긴장을 풀게 한 침착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당시 범인은 잠시 피해 여성을 홀로 놔둔 채 화장실에 들어갔었다. 여성이 112에 신고전화를 한 건 그 틈을 탄 것이었다. “범인을 자극하지 않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서 도망쳐 나와야 한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자 그 상황에 닥쳤을 때 피해 여성이 취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곽 교수는 강조했다.
물론 제시한 방안들이 언제나 정답일 순 없다. 성폭행 후 살인하는 범인의 심리 역시 다양하게 분석되기 때문이다.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욕구 좌절인 상황은 범인을 분노한 상태로 만든다. 이는 살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만드는 한 원인일 수 있다. 또 여성을 살려두면 신고를 해서 자기가 잡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살인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경험이 많은 연쇄살인범은 살인 그 자체에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도 살인 충동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곽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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