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동형(神人同形) 에로티즘(L`erotisme anthropomorphe)
최근 ‘고양이 무희 오마하’가 재출간됐다. 만화 속에는 오직 스트립쇼를 벌이는 암고양이와 근육질 수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사랑에 빠지고 포르노 잡지를 위해 포즈를 취하며 때로는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섹스동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인 것이다.
1896년에 H G 웰스(Wells)는 ‘모로 박사의 섬’을 출간했다. 이 소설에서 미친 학자인 주인공은 야생동물들을 변형시켜 인간과 유사한 피조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동물들은 사유하고, 걸어다니며, 이야기하고,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은근히 동물 성애적 취향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시끌벅적한 반향을 낳았다.
또 다른 작가들도 속속 돌파구를 열기 시작했다. 도발적이고도 양성애자였던 젊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가네트(David Garnett)는 작품 ‘여우로 변한 여인’을 통해 자기 남편에게 야성성의 신비를 발견하게 해주는 여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몇 년 후에는 에이브러햄 메리트(Abraham Meritt)가 ‘여우-여자’란 작품을 발표한다. 기괴한 내용을 담은 이 공상과학소설은 모든 종류의 환상소설에 길을 열어주었는데 굴레를 벗은 섹슈얼리티로 무장한 캣 우먼과 표범 인간들이 차고 넘친다. ‘고양이 무희 오마하’는 동물들에게 인간 비슷한 위상을 부여한 이런 작품들의 계보를 잇는다. 동물이 우리처럼 감정과 성적 욕망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동물들을 ‘퍼리(furries)’라 부른다. 신인동형 동물, 다시 말해 인간의 특성을 보유한 동물들이란 얘기다. 역사적인 사례가 있다. 1928년에 월트 디즈니는 신발을 신고 두 발로 걸어다니며 애인의 총애를 사기 위해 애쓰는 암컷 생쥐를 창조해냈다. 그녀 이름은 ‘미니’였다.
미키는 ‘퍼리’ 패션을 유행시켰다. 그러나 일찍부터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솜털이 무성한 동물 장난감과 더불어 자라난 청소년 세대는 어린 시절의 장난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곰인형을 포기하기는커녕 그들은 망사 스타킹을 걸치고 남근용 반지를 걸친 존재로 장난감을 변모시켰다. ‘퍼버트(furverts?가죽을 탐하는 성도착자)’ 혹은 ‘퍼리필(furryphiles?퍼리의 친구들)’로 스스로를 명명한 회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상형 동물들과 거의 성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들은 모피에 열광하는 자들이었는데, 전 세계에 걸쳐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한 후 장난감 동물과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새끼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공유했다. 그들의 공동체는 ‘퍼리 팬덤(furry fandom)’이라 불린다.
이들의 특징은 우선 그들의 성적 환상이 멍청하고도 친절한 주인공, 유약한 토끼, 다정한 다람쥐 혹은 반짝이는 커다란 눈을 가진 조랑말로부터 직접 영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광기가 차고 넘친다. 착란적인 퍼버트들은 추잡한 데생들과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아프리카 여우인 동시에 여성, 말인 동시에 남자인 그들은 망사 스타킹과 가터 벨트를 걸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죽옷 속의 성기는 축축하며, 벌린 엉덩이는 입 혹은 음부의 격렬한 삽입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게이나 스트레이트, 하드코어, SM 페티시, 바닐라 같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금기를 모르는 그들의 이미지는 만화영화의 나긋나긋함을 해체시켜버린다. 공을 던져 인형을 쓰러뜨리는 놀이와도 같은 것이다.
퍼버트들은 테러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들은 순진무구한 피조물들에 성적 환상을 가지며, ‘섹스동물’로 화한 존재이다. 또 포르노 소스를 칠한 피카츄이자, 난교파티를 위해 미키를 납치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 유명한 ‘리얼 돌’을 패러디한 ‘리얼 햄스터’ 사이트가 보여주듯 동물 장난감에 자위를 하기도 하며, 밤비 형태의 풍선인형을 안고 성교를 한다.
또 다른 부류는 가죽으로 된 변장 의상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퍼스위터(fursuiters)’란 이름 하에 곰인형에 대한 페티시주의자들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일탈적인 종마나 외설스러운 토끼 복장을 착용한다.
1950년대에 엘비스 프레슬리는 “나는 당신의 테디 베어예요”라고 노래했다. 1990년대에 ‘퍼버트’들은 “나는 당신의 개가 되고 싶어요”라고 합창했다. 훨씬 더 섹시한 것이다. 만화 쪽을 예로 든다면, 가장 유명한 ‘퍼리’ 시리즈 이름은 ‘프리츠 더 캣’이다. 반체제적이고 성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고양이 프리츠는 콜라로 채워진 욕조 안에서 ‘아가씨들’을 껴안는다. 반면 동물 형태의 신들을 모시는 이집트 전통을 채택하면서 빌랄(Bilal)은 ‘니코폴 3부작’에서 기묘한 성교를 그려낸다. 일본에서는 시로우 마사무네(士郎正宗)가 ‘애플시드’ 속에서 섹스를 위해 프로그램화된 가죽옷 돌연변이체들을 창조해냈다.
펑크족 여성들의 아이콘인 ‘탱크 걸’이 ‘매드 맥스’ 스타일의 배경 속에서 자태를 뽐내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는 캥거루다. 커다란 꼬리를 가진 형상이다. ‘고양이 무희 오마하’ 속에서도 동일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발산되는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지난 세기를 휩쓸었던 성의 해방 이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삽화가 리드 왈러(Reed Waller)와 시나리오 작가인 케이트 월리(Kate Worley) 커플이 대본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1000쪽에 달하는 서사시적인 작품은 케이트가 숨을 거두면서 비극적으로 중단되는데, 케이트는 무려 20년에 걸쳐 식욕이 왕성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 암고양이의 일생을 그려냈다.
일본 그래피스트인 투탐(TwoTom)은 동화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공 음경을 교환하는 사도마조히스트 인간-토끼 모습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들이 10월 13일(화)부터 18일(일)까지 OFR 서점에서 전시되고 있으니 놓치지 말 것. OFR 서점의 주소는 파리 제3구 프티 투아르(Petit Thours) 거리 20번지이다. 전시회 제목은 ‘일본의 여성 일러스트 다섯 명과 한 명의 일본 남성’이다.
(이미지는 리드 왈러와 케이트 월리의 작품 ‘오마하’)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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