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2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20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약 500여개의 골프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인 자타가 공인하는 명 코스는 게리 플레이어 코스일 것이다. 필란스버그 산맥이 저 멀리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그 중간 중간에 녹색 병정들이 투구를 쓰고 몰려있는 듯 울창한 나무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평야지대.
아프리카 특유의 평탄한 평야지대라고는 하지만 코스 속에는 악마가 들어있다고들 말하는 난이도 높은 골프장이다.
“남아공 어디로 가자고?”
“게리 플레이어CC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퍼 게리 플레이어와 론 거비가 만든 골프장이라고요. 게리 플레이어가 원래 남아공 출신이거든요?”
“그래? 골프선수가 돈을 얼마나 벌었기에 제 고향에 골프장을 다 세웠을까? 너도 어서 돈을 벌어서 골프장이나 하나 세우렴.”
신희영의 마음은 벌써 PGA 선수로 날리며 상금을 휩쓸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예견하는 모양이었다.
“참, 방금 생각났어요. 그 골프장을 만든 게리 플레이어도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퍼블릭 골프장에 가 본 적이 있답니다. 아마 1968년일 거예요. 당시엔 무명이었기에…세인트앤드루스 모래바닥에서 잠을 잔적도 있다고 해요. 그 고생 끝에 빌리 캐스퍼, 밥 찰스, 잭 니클로스를 따돌리고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했지요.”
“아, 그래서 떼돈을 벌었구나?”
“하여간 남아공 선수 치고는 유독 ‘지옥의 바람을 이겨낸 선수’로 꼽히고 있답니다.”
“그래? 우리가 남아공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한 게 어쩌면 운명인가보다. 그러니까 유리 코턴 이란 코치와 카누스티 코스, 그리고 게리 플레이어라는 선수와 같은 이름의 CC가 꽈배기처럼 서로 얽히고 꼬여있지. 안 그래?”
“맞아요, 정말 그런가 봐. 카누스티 골프장을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코스’라고 평한 사람도 바로 게리 플레이어예요. 그러고 보니 서로 운명처럼 얽혀있긴 하네.”
유호성은 사실 카누스티와 게리 플레이어CC가 어떻게 엮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서로의 관계가 어찌 되었건 그는 강유리와 함께 떠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종일토록 바람만 불어대고 볼 것이라곤 쥐뿔도 없는 스코틀랜드 카누스티 골프장보다야 녹색 초원이 환상의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예약 됐어요? 그러면 당장 스코틀랜드 카누스티로 전화해서 유리 코턴을 찾으세요. 그리고 1주일 내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게리 플레이어CC로 오라고 해 줘요. 요하네스버그에서… 그래요, 남아공에서 제일 큰 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곳이래요.”
퀵백세대(quick-back generation)라고 해야 할까? 문자로 메시지를 보낸 뒤에 답이 없으면 바로 전화로 확인하여 채근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신세대를 특징 짓는 신조어이다. 신희영은 그들에 비하면 할머니뻘이니 퀵백세대라고 부르기엔 민망했다. 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채근하고 보채는 것이… 마음은 한참이나 앞서가는 모양이었다.
“호성아, 이 사진 좀 봐. 벙커마다 붉은 색 아가리를 벌리고 있어. 게다가 그린이 너무 좁아서 사람들이 빈대떡이라고 부른다는 군. 착시현상까지 심하다는데?”
신희영은 어디서 구했는지 손바닥만 한 게리 플레이어CC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동안 유호성도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야 오죽 알량한가. 게리 플레이어CC를 검색해보니 ‘어렵고 긴 코스로 유명한 전장 7162m, 파 72의 난이도 높은 골프장’이라는 설명밖엔 더 이상 아무런 자료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남아공을 다녀온 후배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178㎞만 가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축소판이라고 일컬어지는 ‘선 시티’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그곳엔 강유리와 함께 찾아갈 만한 환락시설이 그득하다는 것을….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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