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긴축없는 구제금융
“은행자본 확충 1800억유로 소요” 거시경제 위기 여전히 심각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 배제못해
아일랜드 등 형평성 이의 제기 “지원에 걸맞는 담보 내놔라” 반발
2009년 11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4위 경제대국 스페인마저 침몰시켰다.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공식적으로 신청하면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유로존 국가 가운데 4번째로 외부자금을 수혈받는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앞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나라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기존 구제금융 지원국들이 가혹한 긴축재정과 구조조정 요구를 감내하면서 도움받은 것과 달리 스페인은 추가 개혁에 대한 전제조건 없이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에 따라 스페인이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일고 있다.
▶긴축없는 구제 나쁜 선례=유로존이 스페인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스페인 경제가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스페인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30~40위권에 있는 그리스, 포르투칼, 아일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스페인이 무너지면 유럽 전체가 공멸 위기에 처할 것을 우려한 유로존이 추가 조건없이 1000억 유로(146조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약속한 셈이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는 앞으로 유로존 내 골칫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위기가 그리스 등 주변국에서 스페인 등 중심국으로 전이된 와중에 유로존이 앞으로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나라에 강력한 긴축요구를 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 지원국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AFP통신은 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아일랜드가 스페인 구제금융안에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21일로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일랜드는 2010년 11월 85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강력한 긴축재정을 약속한 바 있다.
월스트리저널(WSJ)도 혹독한 개혁조치가 부과된 포르투갈 등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이탈리아가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내에서 스페인에 반기를 든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핀란드 정부는 9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금융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긴급자금을 받는 스페인 정부는 그에 해당하는 담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스페인 구제금융 지원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시장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구조조정과 관련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적인 구제금융 배제못해=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해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으로 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된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WSJ은 10일 전문가를 인용해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스페인 은행의 자본재 확충에 충분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페인이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힘들 것이며, 이제 관심은 ‘스페인이 구제받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또 1000억 유로로는 스페인 금융위기를 진화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1일 보고서를 인용해 스페인 은행자본 보강에 1340억~1800억 유로가 소요될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먼 삭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스페인 은행 구제가 단기조치일 뿐”이라면서 “스페인의 전반적인 재정과 거시경제적 도전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로이드 뱅킹 그룹의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조치는 여전히 치료보다는 예방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은행을 보강해 실질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은행이 살아있도록 하려는 것 뿐”이라고 평가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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