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재정적자 스페인 수준
주택보조금 등 대대적 삭감 ‘따뜻한 보수주의’ 사실상 폐기
영국 정부가 ‘조건 없는 복지’에 종지부를 찍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복지정책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혁안은 수혜자들을 일터로 내보내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즉 ‘무임승차하는 복지’에서 ‘일하는 복지’로 영국 사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개혁작업에 나선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먼저 손을 댄 곳은 청년 복지. 영국 정부는 38만명의 16~24세 연령대 청년실업자에 지급해온 주당 90파운드(약 16만원)의 주택보조금을 삭감했다. 청년실업자들에게 복지를 축소해 자립 의지를 돋우는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자녀 수가 많은 실업가정에 대한 보조금도 축소했다. 자녀에게 지급되는 수당에 기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가정에 복지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업수당을 받는 장기 실업자들도 공공근로에 강제 투입된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복지예산 약 100억파운드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정책의 의도는 일하는 사람이 혜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정책노선인 ‘따뜻한 보수주의’를 사실상 폐기했다. 캐머런 정부는 집권 직후 놀고먹는 인구를 줄이겠다며 복지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복지정책에 칼을 댄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캐머런 총리가 자신의 공약을 포기하고 ‘대처리즘’을 따르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때문이다. 영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8.4%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8.5%)과 비슷한 수준이다. 3년 전만 해도 5.4%에 불과했지만, 시혜적 복지정책이 국가 재정을 거덜낸 탓이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 후 2년간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고, 5년간 49만명을 감원키로 했다. 스스로도 ‘2차대전 후 가장 급격한 복지정책’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복지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2년째 계속된 긴축정책과 복지혜택 축소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참패한 것이 방증이다. 공동정부를 구성한 자유민주당의 거센 반대도 부담이다.
캐머런 총리가 영국의 체질 개선을 위해 뿌린 ‘고통과 인내의 씨앗’이 ‘풍요로운 열매’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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