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사업이 사기 당하며 스트레스…자살로 이어진듯” 생명연 “타계 전날까지 의욕…실족사 가능성 높아” 반박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이 지난 6일 대전 어은동 생명연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명연 내 국가생명공학연구센터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정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쪽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과학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씨감자 사업 사기 당하며 스트레스…자살로”=씨감자와 관련해 자신이 세운 연구소 기업이 사기 사건에 휘말려 정 원장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추측이다.

그는 1992년 세포 조직 배양기술을 이용해 어른 주먹만한 종전의 씨감자를 콩알만한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세계 32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이는 세계 4대 식량작물 중 하나인 감자 농업 분야 녹색혁명의 신호탄으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다. 캐나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 대량 생산의 길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1998년 대상그룹 계열 대상하이디어가 200억원을 들여 제주도에 세계 최대의 인공 씨감자 생산공장을 설립해 북한에서 시험 재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2002년 말 대상하이디어가 대상식품에 흡수 합병되면서 이 공장은 문을 닫았다.

그 후 정 원장은 인공 씨감자의 국내 상용화를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해 8월, 생명연 제1호 연구소기업인 ㈜보광리소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 회사 전 대표가 사기성 국내외 투자 계약 분쟁에 휘말리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 생명연 측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정 원장 측근을 기용했다는 투서가 이어지는 등 안팎으로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 원장은 스트레스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지난 5월 21일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틀만에 퇴원해 업무에 복귀했으나 근무 중 낙상사고를 당해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좌초되고, 내부의 반발도 이어지자 정 원장은 결국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생명연 “정 원장, 실족사 가능성에 무게”=그러나 생명연은 정 원장의 사망에 대해 자살로 추정할 만한 타당한 증거와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실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생명연은 이날 “정 원장이 지난 6일 미확인의 사고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자살로 추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와 증거를 찾을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연은 정 원장의 사망 원인을 최근 낙상 사고 후유증에 따른 심한 어지러움증으로 인한 실족사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연 관계자는 “정 원장이 지난 5월 연구실 2층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와 다리 등을 다쳐 4일간 병원에 입원했었고, 퇴원 후에도 치료를 계속한 바 있다”며 “가까이서 함께 생활한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시림연구소와의 R&D(연구ㆍ개발) 공동연구센터 개소식을 가질 당시에도 특이한 징후가 없었고, 연구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인을 정확히 입증할 자료. 목격자, 유서 등이 없는 상황에서 고인을 자살로 추정하는 것은 고인의 명예는 물론 유가족 등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고 있다”며 “보도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생명연 관계자도 “정 원장은 타계 전날 생명연에서 치러진 공식행사를 마쳤다”며 “이런 일을 결심하실 분이 아닌데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정 원장은 지난 5일 생명연과 시림(SIRIM) 공동 연구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생명연과 시림 공동 R&D 센터 개소는 본인의 큰 영광이며 기쁨”이라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바이오 연료의 생산과 유용한 바이오 물질의 창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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