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임박하자 금융권 노동조합이 “도입 철회를 위해 무슨 수든 쓰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이번 주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인 가운데, 노조는 19일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 등 쟁의행위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쟁의행위에 나서지 못했던 금융공기업 때와 달리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반드시 저지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간 벼랑 끝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의견을 수렴해 성과에 따른 동일직급 내 연봉 차등폭을 40%까지 늘리는 내용의 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이번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반발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는 20일 오전 발표될 예정으로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경우 금융노조는 총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금융노조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될 것으로 보고 쟁의행위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9월 23일로 예정된 금융ㆍ공공 총파업 이전까지 지부별 총파업 결의대회와 순회집회 등을 통해 동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금융노조는 18일 은행회관 1층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으며 20일 오전에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9월 이후의 전략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에서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선례를 만들었고 민간에서 그대로 되풀이될 수 있다”면서 “사측도 선례가 없어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기 힘들어 연말까지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사측에서 강행한다면 (찬반투표 통해) 쟁의 권한을 확보한 만큼 무슨 수라도 써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법정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자산관리공사,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기관장들이 노조로부터 고소ㆍ고발된 상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돼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이사회 의결 등의 형태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강행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기관장 고소ㆍ고발 등의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반면 금융 노사의 대화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통해 고비용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조직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은 성과주의가 이른바 저성과자의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림수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면 거부하고 있어서다.
앞서 진행된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간 산별중앙교섭도 파행을 겪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최근 중노위는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단체협약에 따르면 사용자협의회 명의로 산별교섭에 임하게 돼있다”면서 “사측에서 지부별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하자고 요구하더라도 시중은행 노조들은 절대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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