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입지선택에 얽힌 사연은
이성지가 남긴 詩가 현실로… 공업용수·항만·전력 등 최적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자리 잡은 포항시 동촌동 일대는 바로 삼국유사의 첫 장을 장식하는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배경이 된 형산강 하구 옆 대지다. 이곳은 영일만 양쪽에 용같이 생긴 장기곶과 광어 같은 용덕곶이 마주 보고 있어 옛날부터 ‘어룡사(漁龍沙)’라고 불렸다.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배경이 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사실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입자가 작고 흰 모래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래먼지가 날려 눈을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 풍수지리가로 알려진 이성지는 이곳의 땅과 바다의 생김새를 보고 장차 큰 도시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성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예언을 믿지 않자 시를 한 편 남기고 떠났다.
“竹生漁龍沙 어룡사에 대나무가 나면/可活萬人地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된다/西器東天來 서쪽 그릇이 동쪽 하늘로 오니(서양문명이 동쪽인 이곳에 오니)/回望無沙場 돌아보니 모래밭이 사라졌구나.”
이성지의 시처럼 영일만 일대에는 대나무가 자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포항제철이 건설된 후 제철소의 전경을 보니 제철소의 굴뚝들이 마치 대나무를 닮아 보였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또 제철소의 일이 서양에서 들어온 ‘쇳물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점을 볼 때도 이성지의 예언은 적중했던 셈이다.
그의 놀라운 예지력 때문일까. 제철소 입지를 선정했던 1963년, 포항 이 외에도 삼천포, 울산, 월포, 보성 등 쟁쟁한 후보지들이 제철소 유치경쟁을 했지만 결국 포항으로 낙점됐다.
특히 삼천포는 공화당 중진 김용순 의원이 강력하게 민 데다, 경제기획원마저 제철소 부지로 이곳을 지목할 정도의 강력한 후보지였다. 하지만 청암은 제철소 건설에 정치논리가 끼어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청암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포항이 부지조성이나 공업용수, 항만, 전력 등에 있어 타지역보다 유리하다는 부지선정 용역보고서 결과에 따라 포항이 돼야 한다고 설득해 결국 포항에 제철소가 들어서게 됐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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