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홍승완 기자]재계에 김장이 한창이다(?). 김장철을 맞아 기업들이 앞다투어 김치를 담그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다.

지난 22일만해도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3개사가 김장 행사 보도자료를 냈다. 내친김에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지난 열흘사이에 김치를 담근 기업만 스무곳이 넘는다. 국내 대표기업부터 금융, 자동차, 제약, 유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 기업들이 ‘김장’을 했다. 담근 김치만 50만포기가 넘었다.

기업들이 어려운 이들을 어루만지겠다고 나서는 건 반가운 일이다. 짙어진 불황과 양극화의 그늘에 내몰린 취약계층에게는 김치 한포기도 분명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모두 김치만 담그는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대기업 말고도 김치 담궈주는 곳은 많다. 지자체, 농정단체, 봉사단, 종교단체 등은 물론 연예인 팬클럽까지 ‘사랑의 김치’를 담근다.

우리 기업들은 너나할 것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한다. 때문에 매년 조원대의 돈을 사회공헌에 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 누가 뭘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데다, 진정성도 안느껴지고, 결정적으로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이 공감할 만한 CSR 활동이라는 게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핑계만 대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고민도 부족한게 사실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펀 씨어리(Fun Theory)’라는 타이틀로 일련의 사회공헌활동 벌여 자국민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로 부터 찬사 받고 있다. 지하철역의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소리나게 꾸며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게 했다. 전자게임기를 연상시키는 공병수거기를 설치했더니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의 빈명을 주웠다.

미국의 제약사 헬프 레메디스는 자사의 밴드에이드 상품에 골수기증용 우편 키트를 첨가했다. 상처에 붙였던 밴드를 골수기증 서약서와 함께 키트에 담아 우체통에 넣는다. 이를 받은 골수기증기관이 유전자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번거로와서’, ‘할 줄 몰라서’ 주저하던 많은이들이 ‘골수 기증 의사자’로 변신했다.

‘능력있고 조직있는’ 기업이라면 소규모 봉사단체도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사진이나 남기려고 하는 사회적 활동은 기업에게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다. 돈쓰고도 오히려 “무성의하다”고 욕먹기 십상이다. 시대가 그렇게 변했다. 할꺼면 표시나게, 재밌게, 공감가게 하는 게 낫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를 위해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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