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안성의 파직을 주청한다. 안성은 내연관계인 완산 기생을 경상도 관찰사 시절 불러 부친상 와중에도 돌려보내지 않았고, 의녀 약생과 간통했다.” 조선 태종 13년 사헌부는 조직 수장의 파직을 요구했다. 안성은 사의는 반려됐지만, 강원도로 발령이 났다.

“양녕대군이 군에 배속된 여종과 정을 통하였으므로,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세종 10년 사헌부 2인자인 집의(執義) 김종서는 임금의 친형에 대한 탄핵 상소를 15차례나 올렸다. 이례적으로 크게 노한 세종이 김종서에게 곤장을 쳤지만, 충정을 알기에 다시 왕의 비서관 격인 승정원 우부대언으로 발탁했다.

요즘 정신 나간 검찰에 대해 상념하다가 이덕일 역사평론가가 오래전 탈고한 사헌부 연구 논설과 조우했다. 시절이 하 수상해 2004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종료 직후 몇몇 기자와 대검연구관들이 조촐하게 짰던 스터디그룹의 교재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이성무 저)’ 등 권력부패 자료를 들춰보던 중이었다.

양녕과 안성의 죄목은 당시로서는 경미했지만 사헌부는 가차없었다. 그 ‘대쪽’ 기개의 근원은 도덕성이었다고 한다. 임금과의 조회가 끝나면 관리들과 함께 나가는 그 짧은 순간 청탁받을지 몰라 맨 나중에 퇴실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수사, 감찰기관의 도덕성은 오늘날 검찰 기능을 3분한 사헌부-의금부-형조 간 견제로 담보됐다고 전해진다.

요즘 제 식구 수사하는 검찰이 처량하다. 또 검찰권력 독점이 유지되는 한, 슬롯머신 검사, 법조비리 검사, 전별금-떡값 검사, 벤츠-그랜저 검사, 성추문-뇌물-브로커 검사에 이어 언제든 비리 검사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국민이 처량하고 정의가 안쓰럽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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