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욕망의 상열지사
우리말로 ‘추문(醜聞)’으로 풀이되는 ‘스캔들(scandal)’은 인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해 왔다. 특히 권력과 인기의 다른 한편에는 늘 스캔들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 적이 많다. 로마제국의 시조 격인 율리우스 카이사르,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연 진시황, 세계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오늘날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뚱 등은 인류 역사를 장식했던 최고권력자였지만, 동시대 가장 큰 스캔들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스캔들의 역사는 깊다. 특히 고려말 신돈과 반야의 추문은 신흥 사대부와 무인 세력의 조선 건국에 결정적인 빌미를 줬던 추문이었다. 현대에 들어서도 3공화국 당시 정인숙 사건, 5공화국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건, 김영삼 정부의 린다 킴 사건, 김대중 정부 시절 옷로비 사건, 노무현 정부 때 신정아 사건, 현 정부 들어서 터진 장자연 성상납 의혹 등 스캔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젠 나라 밖 스캔들도 마치 우리 일처럼 익숙하다. 중국에서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관련 스캔들로 정치권 최상부의 치부가 드러난 데 이어, 원자바오 총리의 축재 스캔들로 이어져 중국 권력지도를 뒤흔들었다. 클린턴 대통령과 인턴 르윈스키의 ‘지퍼 스캔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혼외정사 스캔들 이후 정치 스캔들이 잠잠했던 미국도 최근 권력 심장부인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스캔들로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유럽에서도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프랑스 대선 레이스에서 밀려났다.
기원전이나 21세기에나, 여전히 스캔들은 세계 역사를 바꾸는 주요한 변수다. 스캔들의 위력은 가공할 정도다. 당사자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뿐 아니라, 때로는 정권이나 국가의 방향도 바꿔놓는다. 어떤 관계나 사건을 추하게 보느냐 마느냐는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과 도덕기준을 반영한다. 반사회, 반상식, 또는 반도덕은 스캔들 당사자가 가진 ‘힘’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1972년 공화당 출신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을 도청하려다 발각되면서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그 좋은 예다. 이 사건 이후 권력형 스캔들에 대해서는 ‘-게이트’라는 말이 붙는데, 사건 발생지인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빌딩이란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15세기 영국왕 헨리8세는 연인과의 재혼을 위해 이혼을 원했는데, 당시 로마카톨릭이 반대하자 교황에서 독립한 ‘성공회’라는 독자적인 교파를 만든다. 스캔들이 만든 역사다.
묘하게도 사람들은 스캔들에 열광한다. 특히 성(性)이나 이성 문제가 얽힌 스캔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스캔들의 파괴력과 대중의 높은 관심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항상 존재한다. 대중들은 스캔들의 드러난 양상만 갖고 흥분하고 관심을 보이지만, 그 이면엔 그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투쟁과 이해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스캔들이 터지고 나면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와 파멸의 길을 갈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자가 생긴다. 많은 스캔들이 음모론을 동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보통의 남성보다 권력을 쥔 남성들이 바람을 더 피운다는 연구가 많다. 심리학 저널이 최근 1561명의 전문직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권력은 자신감과 연관돼 있고, 높은 자신감은 결국 한눈파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권력이 많아지면 외부 노출이 잦아지고 이동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눈을 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견해도 있다. 페퍼 슈워츠 워싱턴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이나 인기를 갖게 되면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데, 외로워져서 혹은 타인과의 만남이 잦아져 한눈을 팔 기회가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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