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 즉 국내 소비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겹악재를 맞았다. 연말 송년회는 물론 새해 신년회, 해맞이 행사까지 연말 특수가 실종되는 양상이다. 정부를 중심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탄핵정국에도 송년회를 예정대로 진행해 달라”고 독려했지만, 국가적 대참사로 숙연해진 사회 분위기에서 소비 불씨를 살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정부가 당초 30일 발표 예정이었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전격 연기했는데 제주항공 참사를 반영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새해 경제가 더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거시 정책 초점을 내수 회복에 둬 경제의 하방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계엄·탄핵정국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침체 국면이었다. 산업 활동의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빨간불이다. 통계청의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112.6(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지난 9월(-0.4%)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또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4개 업종(광공업·서비스업·공공행정·건설업)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조사 이래 가장 긴 7개월째 축소 흐름을 이어갔다. 설비투자도 10월부터 두 달 연속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소매판매가 지난달 전월보다 0.4%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반짝 특수 덕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9% 감소한 것이고 지난 3월(-3.4%) 이후 9개월 연속 하락 흐름이다. 탄핵정국과 제주항공 참사가 더해져 소비심리가 추락한 12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보다 훨씬 더 나쁠 것이다. 2.5%로 호기롭게 시작한 2024년 성장률 전망치가 이제 2.0% 사수에 안간힘을 써야할 형편이다.

탄핵심판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새해엔 반년 가량을 정치 리더십 및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보내야 할 판이다. 혼미한 정국과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게 내수 부문이다. 원화가치와 주가의 동반 급락은 부실해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말해주는 것으로 기진맥진하고 있는 내수 시장을 빈사상태로 몰고갈 태풍의 눈이다. 한국은행이 새해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이례적으로 금리인하를 사전에 시장에 공표한 것도 극도의 내수침체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은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내수침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정부도 적극 재정으로 화답해야 한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추경 조기 편성 등 비상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