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요즘 누가 자동차를 광고보고 구매하냐고 말합니다. 인터넷에 퍼져있는 다양한 정보로 인해 광고의 힘은 점점 줄어들고 있죠. 하지만 일종의 이미지 소비재로서 자동차는 아직까지 광고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과거 추억의 모델에서부터 현재의 트렌드한 자동차까지 광고의 변천사와 의미를 짚어드리려고 합니다]
[HOOC=서상범 기자]경제발전과 함께 자동차가 더이상 특수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필수품이 되가던 1980년대 초반. 정부는국민차 개발 계획을 발표합니다. 중ㆍ대형차 일색의 자동차 시장에 경차급 차량을 투입해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우려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석유파동을 겪으며경제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고, 사장됐던 국민차 카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업체가 대우(현 한국지엠)였습니다.
대우는 당시 일본에서 국민 경차로 불리던 ‘스즈키 알토’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게 되죠. 바로 티코(TICO). 국민 경차의 시초로 불리며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차입니다.
91년에 모습을 드러낸 티코는 단순히 작고 귀여운 차가 아닌, 당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이전까지 중ㆍ대형 세단 위주의 차량을 선호하던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를 바꿨고,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한 주차난 등 교통문제, 과소비를 절제하던 경제적 흐름 등 시대의 요구상을 잘 반영하며 단숨에 국민 경차라는 애칭을 획득했죠.
하지만 ‘차=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해왔던 당시 소비자의 인식을 티코가 비집고 들어갈 틈 역시 좁아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대우는 대대적이고 계산적인 광고를 통해 티코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 경쟁력을 어필했습니다.
오리콤에서 제작한 티코의 광고는 우선 당시만해도 낯설었던 ‘프리런칭’을 시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품 출시와 동시에 집행하던 당시 광고 관행에서 벗어나 출시 이전부터 광고를 진행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극대화한 것 입니다.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한 이유는 국민차의 도입 필요성 및 경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붐 업(BOOM-UP)이필요했기 때문입니다. 91년 2월에 처음 시작된 티코의 프리런칭 광고에는 티코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대신, 회사원, 주부를 모델로 등장시켜 “운전하기 편하고, 기름을 덜 먹는 국민차가 필요하다”라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광고의 말미에는 티코를 암시하는 자동차의 실루엣만이 등장했죠.
이후 출시와 함께 직접적인 타겟팅 광고가 시작됩니다. 먼저 대우는 티코의 실수요자로 간주된 신세대 부부의 모습을 광고에 등장시키는데요. 바로 지금도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손님, 차비 주셔야죠”라는 카피가 인상적인 TV 광고였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김혜수와 이영범이 부부로 등장하는 이 광고는 두 사람이 출근길에 티코를 운전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발랄하게 묘사했습니다.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가는 모습과 함께,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100㎞의 속도를 내면서 “여유있네”라는 멘트를 하며 티코의 성능과 실용성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기름값, 세금을 다 합쳐도 한 달 대중 교통비 정도라며 티코의 경제성을 어필했죠. 광고의 말미 차에서 내리는 이영범에게 김혜수가 “손님, 차비 주셔야죠”라며 애교를 부리고 이에 이영범이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은 당시 신혼부부들에게 일종의 유행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이처럼 대박을 치며 화려하게 등장한 티코의 광고는 이후 경제적 합리성을 강조하면서도 시장의 유일한 선도자라는 측면을 함께 드러냅니다.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온 이영범이 김혜수에게 유럽에서는 모두 작은차를 타고 다닌다며 효율적이고 경제성 또한 높은 유럽의 차량처럼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도 바껴야 한다고 강조하죠.
또 ‘티코를 타는 사람들’이라는 광고를 통해서는 여유가 없는 사람이 티코를 구입하는게 아니라, 열심히 자신있게 사는 사람들, 합리적이고 사려깊은 사람들이 티코를 구입하고 있다는 내용을 도표로 열거해주며 구매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티코 광고는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故 김수환 추기경을 광고에 등장시켰기 때문인데요. ‘추기경님 이야기’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는 티코를 타는 추기경의 모습을 그린 만화로 구성됐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어느날 대우그룹의 한 사원이 명동성당에 들렀다가 미사를 마친 추기경님이 수녀님과 함께 티코를 타고 성당을 떠나는 것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느꼈다는 것인데요.
대우 측은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해당 내용을 광고화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일종의 금기로 여겨지는 성직자를 광고에 등장시켜 지나친 상업화를 꾀했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이후 광고는 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죠.
이처럼 여러가지 우여곡절 속에서도 티코는 국민차의 반열에 올랐고, 이후 마티즈, 스파크로 이어지는 경차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죠. 이런 성공은 당연히 티코 자체의 상품성과 시대적 요구의 결과일 것 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끈 원동력이 광고의 힘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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