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16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국제무역 체계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센트는 “우리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국제 무역 체계의 불공정한 왜곡을 허용했다”며 미국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더 부합하도록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주목할 점은 베센트가 밝힌 세가지 관세 활용법이다. 우선,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중국을 직접 겨냥해 고율 관세를 부과해 무역 합의를 강제 이행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철강 등 탄소 집약적 제품에 대한 탄소세 도입 가능성도 언급했는데 한국 철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교적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도구로도 관세를 쓰겠다는 말이다. 실제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사례를 들었는데 우리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의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지명자의 에너지 정책 발언도 눈여겨봐야 한다. 에너지 제한이 “환경에 관심 없는 독재자가 이끄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같은 국가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석유·가스의 시추를 무제한 허용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과 맞닿아 있다. 버검은 바이든 정부에서 초당적으로 입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요 적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요인들의 발언은 향후 정책 방향을 뚜렷이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발 빠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레 겁먹을 게 아니라 차분하게 쟁점별 시나리오를 짜고 민관이 함께 협상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중요한 파트너로서의 우리 역할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가 도움을 언급한 조선업 분야와 투자 확대를 공약한 소형원전(SMR) 등에서의 협력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기업들도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트럼프의 시간이 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한달 전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안일한 자세로는 ‘트럼프 스톰’을 막아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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