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크게 낮추고, 기준금리도 3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은 올해 1~2회 정도의 추가 금리인하도 시사했다. 건설 경기와 민간 소비 부진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전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도 둔화될 것에 대비해 금리를 낮춰 경기 침체를 방어하겠다는 뜻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1.8%로 내다보며 미국발 관세 전쟁이 확대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년 내리 성장률이 1%대에 갇히는 것은 우리 경제사에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론’을 반박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냐”는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게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1%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의 언급 가운데 뼈아픈 대목은 지난 10년간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다 피하다 보니 새 산업이 하나도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관세 충격에 성장률이 휘청이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도 최근 내부용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변화가 없는 한국의 수출 구조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05년과 작년,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을 비교하면 컴퓨터가 제외되고, 가전제품이 새로 진입한 것 외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IT강국이라는 인식이 부끄럽게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혁신 역량에서 중국에 한참 뒤처졌다.
우리가 수출 중심 경제라지만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연구해보면 우리 성장률에서 순 수출이 기여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낮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 수출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로만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스톰’으로 싫든 좋든 주요 수출산업은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대폭 옮겨야할 형편이다. 이에 따른 국내 설비 투자의 감소는 내수산업 육성으로 메워야 하는데 내수산업은 금융, 교육, 의료, 관광과 같은 서비스산업이 주다. 이같은 서비스산업은 지금 온통 규제의 레드테이프에 칭칭 감겨져 있다. 결국 트럼프발 파고를 넘으려면 산업구조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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