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에 직접 나와 최후 진술을 했다. 최후 진술이 있기 이전, 많은 정치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를 제시했었다.

첫째 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할 것, 둘째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그래서 계엄과 관련된 군 관계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할 것, 셋째 사회적 분열 구조가 더 심화하지 않도록 통합 메시지를 전할 것, 넷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자신은 승복할 것을 분명히 할 것 등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네 가지 중 대부분은 언급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대통령은 최후 진술 말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언급했지만, 진솔한 사과로 보이기에는 부족했다. 이유 여하를 불문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 상당 부분을 계엄 선포의 불가피성과 야당에 대한 ‘공세’에 할애했는데, 표현이 너무 강해 사과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분열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갖게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승복에 관한 분명한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의 최후 진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개헌과 임기 단축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 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 의사를 표명한 것인데, 이런 입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이 나와야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윤 대통령은 탄핵 기각 요청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 직후였던 2024년 12월 8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 구상을 밝혔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런 대통령의 주장을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임기 중반 이후에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이 임기 초반부터 있었고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이 제안했던 ‘질서 있는 퇴진’을 받아들이며 개헌을 추진했어야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발언에 논리적 부정합이 있으면,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임기 단축 개헌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즉, 단순한 의지 표명 이외에 언제까지 개헌을 완수하고 물러날 것이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은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평가하자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오히려 진영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부분마저 있었다. 이번 최후 진술이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 돼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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