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득세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도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이익과 힘에 기반한 사이로 전환된 듯 보인다.
유럽 동맹국들은 한 목소리로 자강을 외치고 있다. 여러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현 상황을 기반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중이다. 동시에 유럽 동맹국들에게는 국방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국방비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폴란드는 발빠르게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를 3.5% 이상 증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도 유럽 동맹국들처럼 GDP 대비 국방비 3.5% 증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대선기간 언급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 등이 언급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 국방력 증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방비 증가가 유럽 동맹국들이 외치는 것처럼 자강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방비 증액이 경제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방산 수출 증진을 동반할 방안을 찾아낸다면 더욱 그렇다. 주한미군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도 한반도 내의 한미 공동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집행된다면 우리의 자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제공하는 확장억제로 인한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확장억제라는 동전의 반대편에는 동맹국의 핵무장 방지가 있고, 동맹국을 포함한 핵 비확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미국은 동맹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행동 자유를 제약한다고 생각하며, 동맹국의 핵무장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에도 미국으로부터의 확장억제 비용 요구는 없을 수 있다.
또 다른 트럼프 시대에 확실한 예측 중 하나는 미국의 중국 견제다. 미국이 대만에서 중국과의 충돌을 대비해 주한미군의 성격과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대만에서 미국과 중국의 분쟁을 전망하는 시나리오들은 대부분 지상 전투보다는 해양과 장거리 공군력에 의한 충돌을 묘사한다.
이것은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지상군이나 단거리 공군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방위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한국과의 방산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한국이 미국에게 부족한 탄약 등 소모성 무기 생산 파트너로 한정되는 방산협력의 계열화 가능성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위 문제에 대처하며 미국 방산기술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방산 협력에서도 얻을 것이 있다. 이처럼 트럼프 시대에도 미국의 요구들은 완전히 새롭지는 않으며 한미동맹 역사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한미 양국의 윈윈 해법을 찾을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한미동맹에는 도전과 함께 기회 요인도 있다. 이제는 예측가능한 문제들부터, 과거의 교훈을 활용하며 정교한 대안을 준비할 때이다.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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