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18시간 고립
탄력순찰 중이던 경찰이 구조해
![지난 4월 12일 서울 종로구 독립문역 주변 한 아파트 베란다에 고립된 상태였다 구조된 70대 노인 A씨는 천 조각을 길게 엮어 경찰에게 구조신호를 보냈다. [서울 종로경찰서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5b8df164428c4f3988ce9b1aeb923d03_P1.jpeg)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하늘이 살려준 것 같습니다. 내가 살 목숨이었나 봐요. 감사합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구조된 70대 독거노인 A씨는 경찰관의 손을 붙잡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A씨는 베란다에 고립된 채 약 18시간을 홀로 버티다 구조됐다.
A씨는 평소처럼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베란다로 나갔다가 출입문이 잠깐 열린 사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히는 걸 듣고 망연자실했다. 문은 안쪽에서만 열 수 있었다.
아파트 앞 도로는 차량 통행이 잦은 대로였다. A씨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몇 차례 “도와주세요” 라고 외쳤지만 도로 소음에 묻혀 주변 누구도 위급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은 눈앞에 있는 물건들이었다. 베란다 한편에 쌓아둔 보자기와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줄로 묶어 길게 늘어뜨린 뒤, 누군가 알아봐 주길 기다렸다.
구조 신호를 발견한 건 서울종로경찰서 교남파출소 소속 유재일 경사와 김두태 경장이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께 독립문역 인근을 탄력순찰 중이던 두 경찰관은 아파트 단지 내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진 천 조각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곧장 해당 층으로 이동해 위층 세대를 통해 A씨가 고립되어 있는 베란다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출입문 비밀번호를 확보해 신속히 집 안으로 진입했다. A씨는 무사히 구조돼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서울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종로구 관내의 경우 유동 인구는 많지만 실제 거주자는 적은 편이어서 탄력순찰 요청 자체는 적은 편”이라면서도 “독립문역 주변으로 독립문초등학교, 세란병원 등 주요 생활 시설을 중심으로 탄력순찰이 이뤄지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봄철 산불 예방 차원에서 나무가 많은 어린이공원주변도 탄력순찰 구역으로 지정해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2월 17일부터 종로서 관할 파출소는 12개에서 7개로 통합되면서 ‘중심파출소’와 ‘주간파출소’ 체제로 전환됐다. 당시 치안 공백 우려도 나왔지만, 현재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탄력 순찰의 중요성과 현장 대응의 세밀함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kimdo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