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원총회 첫 참석…면전서 충돌

“이런 단일화, 제가 응할 수 있겠나”

權 “지도자라면 자신 버릴 줄 알아야”

“팩트 체크”…李사무총장 기자회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라며 “즉각 중단해주시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金 “입당도 않은 무소속 도우려 모든 작업이 시작”

김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58분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저는 이 시도를 불법적이고, 당헌·당규 위반이며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로 생각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그간 제 사정을 말씀 드리고, 제 심정을 의원님들에게 밝히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라며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지난 3일 전당대회를 마치고 선거캠프에서 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과 대변한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 후보는 “(지도부는) 5월7일까지, 연휴가 끝나는 그 다음날 12시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선(先) 단일화, 후(後) 선대위’ 말씀을 하신 데 대해 저는 상당히 놀랐다”라며 “무소속 후보가 입당도 하지 않고 우리 당 후보가 되는 경우를 상정해서, 그 무소속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우리 당의 자금과 인력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꼭 7일까지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했다. 김 후보가 언급한 ‘무소속 후보’는 단일화 대상인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 후보는 “그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제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우리 당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가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모든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라며 “그렇다면 그동안 저와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많은 후보들은 무슨 존재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우리 자유 진영의 단일대오를 구성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지금의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는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라며 “이런 단일화에 제가 응할 수 있겠는가”라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못박았다.

김문수(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 후보, 권성동 원내대표. 임세준 기자
김문수(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 후보, 권성동 원내대표. 임세준 기자

‘머리 위 하트’ 그린 뒤 폭탄 발언…權 “대단히 실망”

김 후보가 대선 후보 자격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후보는 이날 지도부와 함께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의원총회장에 입장했고, 권 원내대표로부터 환영의 의미를 담은 꽃다발을 건네받아 기념 촬영까지 마친 상태였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발언에 앞서 “후보님께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고, 김 후보는 발언 초반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사랑한다”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하지만 김 후보의 모두 발언이 종료되자 장내 분위기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김 후보를 향했던 박수소리가 잦아들고, “지금 뭐하는 거냐”는 고성도 나왔다.

김 후보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권 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기대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된다”라고 직격한 뒤 이석했다. 뒤를 이어 김 후보가 떠나면서 의원총회는 정회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회장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회장을 나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편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고, 불신을 키우고 있는 상황은 막아야겠기에 팩트 체크 차원에서 몇 가지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라며 김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사무총장은 전당대회 직후 김 후보와 만난 자리를 언급한 뒤 “사실 그 자리에서 (김 후보가) 쭉 선대위 구성에 대한 말씀을 하셔서 ‘선대위는 단일화를 좀 하시고 구성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가 물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후보님께서 ‘아니다, 바로 해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저는 돌아와서 바로 사무총장실에 집기와 제 소지품들을 정리를 해서 모든 물건들을 다 뺐다”라며, 김 후보 측의 ‘사무총장 교체 거부’ 주장도 반박했다. 김 후보의 ‘후보 교체 시나리오’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진행되는 (단일화) 여론조사 이런 것들은 당에서 마련한 자체 경선 로드맵”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후보를 끌어내리겠다라고 단 한 번도 회의하거나 의결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 끌어내리려 했다는 건 전혀 사실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도부가 한덕수 후보와 사전 교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일화에 대비해 당의 선거 홍보물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른 데에 맡기면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어서 두 분에 대한 사진촬영만 스튜디오를 우리가 예약을 해줬고, 그것만 가서 한 게 유일하다”라며 김 후보 선거캠프에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