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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오른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9/rcv.YNA.20250516.PAF20250516387301009_P1.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나선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언하고 안보 동맹을 흔들면서 EU의 군사적 독립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개최된다.
1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영국 런던에서 관계 강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가진다.
EU-英, 새로운 방위안보 협정 논의…경제협력도 주요 의제로
이번 회담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측이 협력 의지를 확고히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관세 압박’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만남에서는 유럽 단위에서의 경제·무역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측은 유럽의 군사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방위·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식품 무역 규제 완화, 에너지 협력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유럽’을 향한 지정학적 효율화 작업도 재추진된다. 예컨대 EU 국경에서 영국 국민에 대한 전자식 자동 입국 심사대 이용을 허용하고, EU 청년들이 영국에서 여행하거나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청년 이동성’ 제도와 탄소국경세 협력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합의 발표시 영국이 2017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EU와 결별한 지 9년, 4년간 협상의 진통을 겪은 끝에 2020년 브렉시트를 발효한 지 5년 만에 중대한 변곡점이 된다.
EU 당국자들은 향후 10년 내로 러시아가 다른 유럽 국가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방어 태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유럽 각국에 사보타주(파괴 공작)와 스파이 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적국 주요 시설을 익명으로 공격해 피해를 입히되 전쟁으로 간주될 정도는 아닌 행위)’의 증거들이 확인되면서 EU는 자체 군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영국은 이를 통해 EU가 발표한 1500억유로(약 24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에 동참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돈이 모두 역내에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영국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역외 국가들의 무기 구입에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독일이 맞서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에 더해, EU 국경에서 영국 국민에 대한 전자식 자동 입국 심사대(e-gate) 이용 허용, 영국산 식품 규제 완화, 에너지 및 탄소 시장 연계 강화 등을 체결할 전망이다.
양측 청년들의 이동 제한 완화, 영국 수역에서 EU 어민의 조업권 연장은 막판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시대 맞아 ‘안보 동맹’ 복원 나서는 英·EU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9/rcv.YNA.20250518.PRU20250518325901009_P1.jpg)
지난 8일 영국은 미국과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EU는 미국과의 협정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영국은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EU와 결별했지만, 미국의 변화로 인해 영국과 EU가 직면한 공통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야 칼라스 EU 수석 외교관은 “이처럼 격동의 시대에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양측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성명을 통해 “이처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시대에, 영국은 움츠러들기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지키며 동맹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아난드 메논 유럽정치학 교수는 “유럽 안보를 위해 영국이 EU 방위 계획과 연결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경제적으로 판을 바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