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두 차례 ‘수도권 기준 상향 건의’ 공문
시 “수도권 평균 전셋값, 비수도권의 225%”
국토부 “특정 주택 위해 기준 상향 곤란해”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서울시가 최근 국토교통부에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의 수도권 임차보증금 기준을 현행 4억원에서 최소 6억원 후반대로 상향해달라고 두 차례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서 공급하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물량 다수가 보증금 기준을 넘어 정책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기금 관리주체인 국토부는 현재의 기준이 예산과 수요에 맞게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상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서울시·국토부 등에 따르면 시는 이달 1일과 20일 두 번에 걸쳐 국토부에 주택도시기금 주택전세자금대출 수도권 기준을 상향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비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 통계를 바탕으로 수도권 임차보증금 기준을 최소 6억대로 높여야 한다는 게 공문의 주요 골자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평균 전셋값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비수도권을 100이라 놓고 봤을 때 수도권은 225%, 서울은 326% 수준”이라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셋값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임차보증금 기준도 최소 두 배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지방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7661만원, 수도권은 3억9387만원, 서울은 5억7105만원이다. 이 같은 상황을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기준에도 반영해야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청약저축 납입금 및 국민주택채권 판매액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은 임차보증금 기준이 수도권 4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다. 소득·자산 조건, 주택 면적 조건 등을 충족하면 연 1.9~3.3% 금리로 수도권은 최대 3억원, 비수도권은 최대 2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아울러 또 다른 기금 대출인 버팀목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금기준이 신혼부부는 수도권 4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일반가구는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 등이다.
시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경우 평균 전셋값을 고려하면 현재의 기준으로도 대출지원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은 평균 전셋값에 비해 낮아 보증금 기준도 비수도권의 225% 수준인 6억750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건의가 나온 건 시가 공급하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의 전셋값이 대부분 4억원을 넘어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활용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미리내집’은 신혼부부에게 장기전세주택을 제공하고 자녀 출산 시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분양 혜택을 주는 제도다.
비(比)아파트형 미리내집은 정책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아파트형은 보증금이 4억원을 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달 이뤄진 4차 공급 물량 중 ‘이문 아이파크 자이’ 전용면적 59㎡는 4억6410만원,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59㎡는 4억2375만원이었고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용 82㎡는 6억원, ‘DMC SK뷰’ 전용 59㎡는 5억1714만원이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전용 59㎡(9억7500만원)가 1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공급됐다.
시 관계자는 “미리내집이 시세 대비 저렴한 보증금에 공급됨에도 정책대출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타 단지 대부분이 기금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보증금 기준 상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산의 한계가 있고 ‘수도권 4억원’이 수요에 맞게 설정된 기준이라는 것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7조9000억원으로 월별 여유자금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신설된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 수요가 잇따르며 효율적 자금운용이 필요한 시점에 수도권 보증금 기준만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는 해봐야겠지만 특정 임대주택이 대출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상향하기는 곤란하다”며 “정책대출은 선택사항이고 저소득 서민에게 기금을 통해 저리로 제공하는 것인데, 미리내집 입주자들이 정책대출이 아니면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상향을 검토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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