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7일 대법원에서 퇴임 행사
“사법3법, 대법원 위상·구조 크게 바꿀 것”
“계엄 후 국민께 대법원 입장 전달 실패했다”
후임 김성수 부장판사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 둘러싼 갈등 계속
재제청이냐 새 추천위냐…조 대법원장 입장은?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흥구 대법관이 7일 퇴임했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갈등으로 6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법관도 임기를 마치면서 대법관 2명이 공석인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14일 김성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16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당분간 대법관 2명의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갖고 6년간의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대법관은 2020년 9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이른바 사법 3법은 오랫동안 유지되던 재판 제도나 대법원의 위상과 구조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라며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주권자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은 법원으로서는 앞으로 어떤 국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이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것은 대체로 불공정하거나 충실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재판,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재판 등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변화 방향은 아직 남아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더욱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존중하는 쪽일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6년 동안 경험한 대법원의 가장 큰 문제는 대법관과 구성원들이 몰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 있다는 것”이라며 “그 때문에 법원 전체의 두뇌로서의 역할, 즉 이 시대에 꼭 해결돼야 할 법적 문제를 적시에 찾아내 그 기준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장단기 과제를 적절히 설정하고 해결하는 등 정책적 기능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대신 고등법원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감당하게 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과 사실심 법원의 올바른 자리매김이야말로 대법원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아울러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재판작용을 통해서도 할 수 있고, 사법행정작용을 통해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 퇴임으로 대법관 2명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대법원의 사건 심리에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들이 4명씩 3개 소부를 구성해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 노 전 대법관의 공석이 장기화한 것에 이어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기존 사무분담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법관은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7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돼 1명이 빠진 3부 소속이다. 이 대법관 퇴임으로 3부는 정원의 절반인 2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운영에 대한 부담도 크다. 대법원은 현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상태다. 이에 더해 향후 대법원이 떠안게 될 주요 사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해병대원)이 재판에 넘긴 주요 사건들이 1·2심을 거쳐 잇달아 대법원에 올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김성수 부장판사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채워지겠지만,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 지연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 대법관 후임으로 김 부장판사를 각각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후 청와대는 김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만 국회에 제출하고,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재제청을 요구했다. 손 부장판사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이후 6개월 넘게 이어진 공석은 더 길어지게 됐다.
대법관 인선의 공은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 장례 절차를 마치고 지난 3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재제청 문제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조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했던 후보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인물을 다시 제청할지,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인선 절차를 처음부터 밟을지가 주목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번과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추천위가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해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후보자 추천을 마치는 즉시 해산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추천위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대통령이 해당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이미 한 차례 제청이 이뤄진 만큼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해석과, 기존 추천위의 추천 결과 자체는 여전히 유효해 남은 후보 가운데 재제청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새 추천위를 구성할 경우 후보자 천거와 검증, 추천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만큼 대법관 공백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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