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사업에 각국 정부·기업 참전
AI 경쟁 속 건설·통신·에너지 미래 먹거리 부상
10년간 평균 27% 성장 전망
빅테크 미확보시 ‘비싼 백화점’ 전락 우려도
기업 혼자선 역부족…정부 ‘특구조성’ 등 지원해야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기술, 제품, 인물, 기업, 서비스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산업은 기술의 총화(總和)라고 합니다. 특히 시대가 흐를수록 ‘게임’을 ‘체인지’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의 선점력이 그 기업,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전세계 산업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넥스트 게임체인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발·상용화하기만 하면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기술들을 연속해서 소개합니다.
![아마존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아마존 홈페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2eb596d1ac2f42069f5590b40f131a8f_P1.jpg)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AI 데이터센터가 급부상하면서 각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 없이는 AI 주도권 다툼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AI 데이터센터 산업은 국가 간 ‘쩐(錢)의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통신 사업자는 물론 건설, 에너지, 냉방공조, 자산운용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데이터센터 시장에 불을 붙인 이후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까지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빅테크 기업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지정하고 건설을 촉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 등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 AI 데이터센터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빅테크 고객사를 중심으로 확실한 수요처를 먼저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량데이터 실시간 분석·처리 가능한 고성능 자원 탑재
기존 데이터센터가 범용적인 연산 작업에 주력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갖추고 있어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됐다.
2022년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진입했다. AI 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하기 위해선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확충이 필연적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US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간(2025~2034년) 연평균 27%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를 자체 구축해왔던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폭증과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타사 시설도 적극 임차하고 있다. 통신사와 건설사, 부동산 자산운용사 등은 이를 기회로 삼아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 스타트업 등에 빌려주는 임대 사업을 육성 중이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각 국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 움직이는 모습도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1월 취임하자마자 백악관에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수장을 옆에 세워놓고 70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일환으로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5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도 정부 중심으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설립에 17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저렴한 전기요금과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데이터센터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만 제조업을 이끄는 폭스콘도 최근 엔비디아와 손잡고 가오슝에 거대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우리나라는 SK텔레콤이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지방 거점에 빅테크 기업과 100MW(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광역시 국가산업단지에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도…“대형수요처와 장기계약 필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국가 간의 AI 주도권 경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올 2월 미국 투자은행 TC코웬의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 취소가 알려지면서 거품론이 본격화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계약이 전력 및 시설지연에 따른 전략 조정이며 2025년 연간 800억달러 인프라 투자계획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다은 대신증권 책임연구위원은 “AI 인프라 공급과잉 여부는 즉각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전년 대비 증가하지만 성장 속도는 과거 대비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울 때 대형 수요처와 선제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다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백 MW(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며 수천 대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수용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경우 대부분 3~15년 단위로 중장기 임대 계약을 맺는다.
현재 미국 북버지니아와 실리콘밸리 등에 들어선 신규 데이터센터도 80% 이상이 완공 전 미리 임대 계약을 맺어 공실률이 1~3%대에 불과하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는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대부분을 MS, 엔비디아, 오픈AI, 메타 등과 사전 임대 계약해 공실률을 0% 수준으로 낮췄다.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디지털리얼티는 작년 말 기준 임대율이 84.1%를 기록했다. 아마존, MS, 구글, AT&T 등 거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둬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빅테크 등 안정적 대형 수요처와 장기 계약이 필수”라며 “다만 한국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국내 기업 혼자서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특구를 조성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규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선 전용 산업단지 지정 및 규제 특례구역을 도입하고 전력인프라 구축 및 요금 체계를 개선해 재생에너지 연계 확대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데이터센터 액션플랜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AI 성장 구역’을 지정하고 국가 차원의 AI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도 데이터센터 개발 신청 및 승인 절차를 표준화하고 간소화하는 지침을 발표하며 동남아 데이터시장 허브 입지를 노리고 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