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양자, 우주 등 미래 먹거리 기술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주요국 중 중위권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핵심·신흥 기술 인덱스 2025’ 보고서에서 진단한 결과다. 평가 가중치가 높은 반도체(5위) 덕분에 종합 순위는 25개국 중 5위로 집계됐지만 한국의 총점은 20점으로, 1위 미국(84.3점)과 2위 중국(65.6점)에 한참 못 미쳤다. 인공지능(AI, 9위)·바이오(10위)·양자(12위)·우주(13위) 등 분야별 순위도 최상위 국가들과 차이가 컸다.

이재명 정부는 보수 정권보다 ‘성장’에 더 유능할 것임을 내세워 집권했다. AI 3대 강국 진입, 잠재성장률 3% 회복, 세계 5대 경제국 도약이라는 ‘335 구상’이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명칭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꾸고 AI미래기획수석실을 신설한 것도 성장 기조의 정책 의지를 상징한다. 올해 ‘0%대 저성장’ 전망을 물려받고 출발한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를 회복하려면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가 절박한 과제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새 정부가 직시해야할 냉엄한 현실을 드러냈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5위로 집계됐다. ‘3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꼽히는 AI, 바이오, 양자분야에서도 10위 안팎의 순위로 바로 뒤 순위 국가들(영국 독일 태국)과 점수 차이도 적어 향후 순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 기술의 핵심인 AI 순위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등에도 밀려 9위였다. AI 3대 강국 목표가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를 실감케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외환위기 때 세계 정보기술(IT) 혁명에 올라타며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AI 등 신기술 물결을 주도하며 저성장의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경제가 AI를 충분히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면 생산성을 최대 3%, 국내총생산(GDP)은 13%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 곳곳에 AI를 스며들게 해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느냐에 한국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 5대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화학, 조선, 철강 중 반도체를 제외하곤 모두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책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정부는 노쇠해진 이들 주력산업과 바통 터치할 신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정체하는 동안 중국은 10년 장기계획으로 제조업 굴기를 이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