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분명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이유는, 사법제도가 놓치는 예외적 정의, 예를 들어 통합이나 화합 혹은 인도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주어진 ‘예외 권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면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들의 죄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면은 용서를 해준다는 의미이지, 죄가 없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죄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면 이는 죄가 있다고 판결한 사법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된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사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면을 마치 죄가 사라졌다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당당히 행동한다면 이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논란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정권이 출범한 이후, 사면에 대한 언급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사면에 대해 언급한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어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특별 사면 복권 서명운동’ 링크를 게시했다. 그는 “조국, 송영길, 이화영을 비롯한 검찰 독재 정권의 수많은 사법 탄압 피해자”라며 “정치 보복으로 없는 죄를 뒤집어쓰거나 있는 것, 없는 것 탈탈 털려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처럼 본인이 직접 사면 복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사면론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정성호 의원,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소속 정당인 조국혁신당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이 억울하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점을 판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할 경우, 정권 초기부터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면권은 통합이나 화합을 위해 대통령이 자신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통합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괜한 분란과 분열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 대통령도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제헌절 특사나 광복절 특사로 이들을 사면 시킬 확률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사면을 주장하는 이들 역시 이런 측면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나중을 위해 자신들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즉, 자신들의 죄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과대 포장’되었다는 점을 지금 강조해야, 나중에라도 사면과 복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의 사면 주장에 대해 우리가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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