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팝 시장은 얼어붙은지 오래다. 아이돌그룹이 대중음악 시장을 장악하며 팝 음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올초까지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를 올린 팝스타는 아델로 기록되고 있다. 아델이 팔아치운 음반은 무려 2만장. 마이클잭슨이 세상을 떠난 2009년 약 두 달간 3만 장이 나간 이후 다시는 나오지 않을 기록을 아델의 ‘헬로’ 앨범이 세웠다. 음반유통사 관계자들은 “대형 팝스타의 경우에도 음반으로는 2500장 판매도 힘들다”고 말한다.

이미 음반의 시대는 저물로 디지털 음원으로 대세는 기울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음반과 음원의 매출 비율은 이름 있는 뮤지션의 경우 3:7, 아닌 경우 2:8에도 미치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팝 음반 시장이 더 위축된 것은 2000년대 이후 국내 음악시장은 “아이돌음악을 중심으로 한 로컬음악이 기형적인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의 멜론에선 실시간 톱100 차트에 팝스타가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없다. 이 역시 지난해 연말 아델이 5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 유일무이한 사례로 남았다. 당시 아델의 경우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를 통해 ‘헬로’를 부른 여고생 아델이 ‘엘렌쇼’에까지 출연하며 화제가 된 덕에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해외 팝스타들의 음반을 유통하는 대형 배급사들의 전략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업계 1위의 유니버설 뮤직을 필두로 소니뮤직, 워너뮤직, 강앤뮤직 등의 음반유통사들이다.

소니뮤직의 경우 지난 6월 사진작가 로타와 함께 컴필레이션 앨범 ‘순수’를 발매했다. 인기곡들을 모아놓은 팝 컴필레이션은 “한 번에 여러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음반유통사들이 꾸준히 제작해온 앨범이다.

‘순수’는 사진집 형태의 2CD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가로 세로 약 210 * 300 (mm)의 사진집 판형과 72페이지에 달하는 화보가 수록돼있다.

소니뮤직 관계자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경우 음반만으로는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청취할 수 있게 됐다. 기획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과정에서 사진집 형식으로 소장가치를 높인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니뮤직과 함께 작업한 로타는 서태지, 설리를 비롯 유명 뮤지션의 공연 사진과 광고, 패션 화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스타 사진작가다. 지난해 출간한 사진집 ‘소녀들’과 전시회 도록이 약 1만권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소니뮤직과 로타의 컬래버레이션이 낸 성과도 좋다. 발매와 동시에 YES24 예약 판매 1위, 전체 음반 판매 순위 2위 기록했고, 7월엔 팝 앨범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이쯤하면 기획의 승리다.

워너뮤직의 경우 신진 팝스타 찰리 푸스의 앨범을 발매하며 아이돌그룹의 음반 판매 전략을 도입했다.

찰리 푸스(Charlie Puth)는 지난해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간 1위에 오르고 그래미 주요부문 3개 후보, 골든 글로브 후보에까지 선정된 초대형 신인이다. 찰리 푸스의 경우 오는 18일 첫 내한공연을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 앨범을 제작했다. 8월 18일 공연에 맞춰 818장 한정 발매되는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 세 곡과 티머니 팝카드, 아티스트 3종 뱃지에 양면 포스터까지 들어있다.

워너뮤직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성향에 따라 음반 판매 방식이 달라진다. 찰리 푸스의 경우 10대의 어린 팬들이 많다”라며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구성으로 앨범을 내게 됐다.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판매하는 구성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워너뮤직은 버디의 앨범에도 엽서를 넣어 발매, 팬들의 소장욕구를 높였다.

유니버설 뮤직의 경우에도 미카의 화보촬영 사진을 잡지 사이즈의 매거진 에디션으로 발매해 인기를 모았다. 2010년 처음 시작한 이후 2013년, 2015년에 발매했다.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한국에서만 진행된 기획으로 워낙에 미카팬들이 많아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부터 국내 배경의 다양한 사진들을 새로 찍어 발매했다”라며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작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음반배급사와 달리 소형 배급사의 음반 판매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강앤뮤직의 경우 아델, 라디오헤드와 같은 대형스타들의 음반 배급과 동시에 마니아 팬층이 두터운 시규어로스 등의 해외 아티스트의 배급도 겸한다. 빈익빈부익부가 극심하다고 한다. 강앤뮤직 관계자는 “아델의 경우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록 시장의 경우 유명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음반시장은 더 어렵다”라며 “인디나 유명하지 않은 뮤지션, 최근엔 록 앨범이 특히 판매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엔 초도 1000장은 거뜬했던 해외 아티스트들도 이제는 300~500장의 물량밖에 찍지 않는 상황이니, 어떻게 해서는 아티스트를 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음반배급사들의 새로운 전략은 음원사이트와의 협업에 있다. 음원사이트에서 제공하는 DJ 추천음악이 음반사의 손에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음원차트엔 국내 음원이 대부분 올라가 있지만 테마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홍보를 많이 한다”라며 “멜론, 벅스, 네이버뮤직 등에서 DJ로 활동하는 음반배급사 직원들이 많다. 새벽에 맞는 음악, 운동할 때 좋은 음악 등 테마곡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해 제공하는 것도 일종의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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