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AC/DC가 록밴드였어요? 몰랐어요. 집에 가서 들어봐야겠네요.” (21세, 김모씨)

지난 13,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일대에서 진행된 제1회 서울소울페스티벌 현장에 20대 초반의 여성 관객이 전설적인 록밴드 AC/DC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서울소울페스티벌은 맥스웰 에릭베네 뮤직소울차일드 갈란트 등 세계적인 알앤비 뮤지션들이 모인 공연 현장이다. 록스타 티셔츠를 입은 20대 여성은 이질적인 광경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김모씨는 “좋아하는 음악장르는 힙합이고, 록은 잘 듣지 않아 누군지도 몰랐다”라며 “직구 사이트에서 디자인이 예뻐 구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해외 뮤지션들의 이미지나 로고가 담긴 의상 등 각종 MD는 음반유통사 유니버설 뮤직 자회사인 브라바도의 제품이다. 이날 김모씨가 입은 의상 역시 브라바도와 패션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이었다.

국내에선 MD의 시초를 80년대 가왕 조용필의 얼굴이 담긴 엽서와 사진으로 본다면 해외에선 수많은 록스타들이 그 시장에 있다.

브라바도는 애초 공연장에서 티셔츠와 포스터를 판매하는 작은 회사로 출발, 2008년 유니버설 뮤직에 인수돼 사업 영역을 확장한 뮤직 머천다이징 회사다.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 레이디 가가(Lady Gaga),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비틀스(The Beatles) 뿐만 아니라 그린 데이(Green Day), 도어즈(The Doors) 등 모든 해외 아티스트의 MD가 이 곳을 통해 제작되고 판매된다. ‘짝퉁’의 역사를 더하면 더 길고 오랜 사랑을 받았다.

음악회사가 뛰어든 패션사업의 성과는 상당하다. 2008년 론칭 첫 해 대비 지난해 6168%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니버설 뮤직 측은 “올해 예상 매출은 2008년 대비 6399%, 전해 대비 104%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2009년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유니버설 뮤직이 자회사를 통해 MD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음악사업의 확장”이라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인섭 유니버설 뮤직 상무는 “굳건한 음악 사업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과거엔 음반이 나오면 음반을 파는 것으로 아티스트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이젠 아티스트의 이름, 로고, 앨범 커버 등 모든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되는 수익구조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을 청취하는 플랫폼의 변화는 음악산업의 진화를 가져왔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 CD에서 온라인 음원으로 음악을 향유하는 방법이 바뀌자, 음반유통사들의 사업도 시야가 넓어졌다. 이 상무는 “단순히 음반이나 음원의 기획, 발매가 아니라 공연과 머천다이즈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소개하는 차원의 접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설적인 록밴드의 티셔츠를 입고도 자신의 의상 속 로고가 록밴드의 것이라고 알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유니버설 뮤직 측에 따르면 상품 판매처에선 “롤링스톤즈가 어느 나라 브랜드냐는 질문도 나온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때는 ‘젊음의 음악’이었던 록 장르는 힙합, EDM에 자신의 자리를 내주며 마니아의 음악으로 자리하게 됐다. 장르의 흐름이 바뀌며 음악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에겐 전설적인 록밴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 됐다.

유니버설 뮤직은 이에 티셔츠 등 각종 상품의 택에 QR코드를 통해 해당 아티스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음악을 듣고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소비하고 음악으로 유입하는 역순환구조”를 꾀했다.

이인섭 상무는 “해마다 여름철인 6~ 8월 시즌에 카탈로그 음원이 3~4배 정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한 아티스트의 경우 평균 스트리밍 대비 최대 229%까지 상승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애초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으나, 이 같은 순환구조는 결국 아티스트의 새로운 저작권 수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상무는 “로열티의 경우 아티스트 계약마다 다르지만 음악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한 MD 사업을 통해 종국에는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수입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브라바도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티셔츠, 재킷 등 의류를 포함해 액세서리, 침구, 생활용품, 학용품은 물론 칫솔, 속옷, 위스키, 소화키, 헬멧 등 약 200여종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저시틴 비버의 경우 노래 길이 3분 분향에 맞춰 양치질을 할 수 있도록 칫솔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제품 하나도 음악과 연결시키는 노하우가 상당하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티스트 로고는 단연 롤링스톤스이며, 그 뒤로 라몬즈, 런디엠씨, 건즈앤로지스, 밥 말리의 아트웍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로고와 이미지 등은 수많은 생활용품에 새겨져 일상으로 침투했다.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키아라 페라그니는 저스틴 비버의 스웨터를 입은 사진을 올리며 전세계 팔로워들로부터 브랜드 문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국내 아이돌그룹의 MD 사업과는 달리 팬덤을 넘어 하나의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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