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97명.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구가 증가한 나라가 있다. 전 국민의 40%가 외국인인 나라,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이 유입되는 나라, 바로 싱가포르다.
한때 한국·홍콩·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싱가포르는 최근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9만 달러를 기록, 아시아 제1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정도 면적에 인구 600만, 자원도 없고 식량조차 수입에 의존하는 도시 국가를 아시아의 경제 중심으로 성장하게 한 힘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워렌 버핏과 더불어 세계적 투자가로 유명한 짐 로저스는 2007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이곳에 터를 잡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현 메타)을 공동 창업했던 에두아르도 사베린은 2011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는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기부를 이어가며 싱가포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 나라에서도 충분히 성공한 이들이 굳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싱가포르를 전 세계 인재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었을까.
짐 로저스는 교육과 생활환경을 꼽았다. 싱가포르는 드물게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나라다. 일상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면서, 중국어까지 배울 수 있다.
국립대학인 NUS와 NTU는 세계 최상위권 명성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아시아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산실이 됐다. 싱가포르는 우수 인재유치의 주요 요건인 가족들의 생활 편의를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언어 장벽이 거의 없고, 안전하며 교육 환경까지 잘 갖춰져 있다. 인재와 그 가족이 함께 정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나라인 것이다.
에두아르도 사베린은 낮은 법인세(17%)와 자본이득세가 없는 싱가포르의 자본 친화적인 매력을 꼽았다. 그에게 싱가포르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무대였다.
비단 억만장자나 세계적 투자가만 싱가포르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싱가포르는 ‘한 번쯤 근무해 보고 싶은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 근무 경험은 ‘아시아 시장을 이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라는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도 강력한 자산이 된다.
싱가포르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은 넓은 국토나 풍부한 자원이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생활환경, 개방적인 제도, 그리고 커리어를 성장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싱가포르 못지않은 세계적 수준의 교육 인프라와 IT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한국 정부는 최근 K-Tech(테크) 패스를 도입하며, 우수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이는 첨단산업 종사 우수 해외인재에게 10년간 근로소득세 50% 감면, 가족 동반 정착 지원 등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넘어, 인재가 지속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다. 세계 인재들이 한국을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 일해보고 싶은 나라’로 선택하게 만드는 인재 친화적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송혜숙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 차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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