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을 연이어 내놨음에도 집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34주째 상승세로 9월 넷째 주(22일 기준)엔 0.19%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성동구(0.59%), 마포구(0.43%), 광진·송파구(0.35%)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 국한됐던 과열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어 심상치 않다.
오름폭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서울 25개 전 자치구의 주택가격 상승률(0.31%)은 소비자물가 상승률(0.21%)의 약 1.5배에 달한다. 이미 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을 넘어섰다. 성동구는 신고가 단지가 11곳으로 늘어나 서울숲 인근 아파트는 석 달 만에 3억원 가까이 올랐다. 마포구, 광진구, 영등포구 등에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금천·관악·구로·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불안 심리와 공포 매수 탓이 크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조바심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조차 ‘FOMO(좋은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몰려 ‘패닉 바잉’에 나선 상황이다.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10억원 안팎 단지 과열도 심화됐다. 규제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몇 주 전까지만해도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6.27대책도 일정부분 효과를 냈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주도의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놓자 시장이 안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안이 커졌다. 전체 주택 공급의 80%를 민간이 담당해온 구조를 공공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역효과를 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로 택지 개발과 공급, 공공임대주택 관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주도적인 시장 공급자로 나서겠다니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민간이 속도를 내도록 기대했던 시장의 바람과도 어긋난다.
정부가 손쉽게 규제를 꺼내들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론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대출 규제, 세금 중과, 전매 제한 같은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풍선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한국은행도 6·27 부동산 대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지금 중요한 건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다. 즉시 착공 가능한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지자체와 협력해 인허가를 단축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민간이 빠르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당장 내년, 후년 입주 가능한 단지가 하나 둘 눈에 보이면 시장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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