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여름이 끝나고 해변은 한산해졌다. 모래 위에는 발자국도, 물놀이 소리도 사라졌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파도를 높이 치켜들며 위험을 알린다.

그 한복판에 두 명의 지킴이가 서 있다. 함미영(60) ·최예봄(29) 씨.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연안안전지킴이들 사이에서, 이 여성 듀오는 보기 드문 존재다.

“사람은 떠났지만, 바다는 여전히 위험하잖아요.”

함 씨의 시선은 파도 위를 떠다니는 부유물과 갯바위 근처를 맴도는 아이들을 쫓는다. 공식 해수욕장이 아님에도, SNS에서 스노클링 명소로 소문 난 한섬해변은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파도가 높아지는 날, 함 씨는 어린아이와 보호자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이는 파도에 휩쓸려 넘어졌다. 다행히 보호자가 즉시 구조했지만, 그 순간 함 씨의 심장은 몇 초간 멈춘 듯했다.

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한 번의 계도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어요. 계속 말하고 지켜보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죠.”

반대로 최예봄 씨는 밝은 미소로 말을 건넨다.

“좋아하는 바다에서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평소 비누 공방을 운영하는 그녀는, 갯바위에서 다이빙을 반복하던 초등학생들을 여러 차례 계도했다. 며칠 뒤, 아이들은 사탕을 들고 와 “고마워요”라고 인사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분명히 알았다.

연안안전지킴이들의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동해지역 연안 안전사고는 2023년 44건에서 2024년 14건으로 68% 줄었다. 동해해경은 한섬해변을 비롯해 하평, 덕산, 갈남항 등 위험구역 10곳에 총 10명의 지킴이를 배치했다.

매월 17일, 하루 3시간씩 근무하며 구명조끼 착용을 권장하고, 위험행위를 계도하며, 구조장비를 점검한다.

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동해 한섬해변을 지키는 함미영·최예봄씨가 해변을 순찰하고 있다.[동해해경 제공]

“우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다의 안전망이에요.”

함 씨의 말처럼, 이들의 눈은 바다 위를, 해변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훑는다. 기상의 변화, 지형의 위험, 방문객의 부주의까지 한눈에 파악해야 한다. 지역 주민인 그들은 같은 해변이라도 어디가 얕고, 갑자기 깊어지는지 몸으로 알고 있다.

“우리 말 한마디, 한 번의 관찰이 누군가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한산해진 해변, 파도 소리만이 귓가를 스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조용한 발걸음은 오늘도 누군가의 무사한 귀가를 지켜내고 있다.


ks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