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새로운 기술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입증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경제성장이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연료로 나아가는 엔진을 통해 가능하며, 이같은 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지프 슘페터가 1910년대에 고안한 창조적 파괴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슘페테리언’들이 영예를 안은 것은 세계 공통의 난제인 고령화와 저성장을 돌파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기옹·하윗 교수는 다양한 국가와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조적 파괴가 성장률, 생산성, 기업 생존율, 산업 재편 등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성장 모형에서 핵심은 기업의 기술 투자와 기업 간 경쟁이 결국 더 많은 혁신을 유발하고 더 많은 후발 기업을 낳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모키어 교수는 증기기관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전기가 이끈 2차 산업혁명, 컴퓨터가 촉발한 3차 산업혁명 등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항상 기술혁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3차 산업혁명의 효력이 다해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또다른 기술혁신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언대로 기업들의 기술혁신은 지난 10년간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비롯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이들 슘페테리언들의 통찰력은 혁신성장으로 1%대 추락 위기에 놓인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고, AI(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통해 세계 5강의 국력에 진입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335 국정목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모키어 교수는 우리가 제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기술 발전의 방향이 설정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기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구조와 제도가 있어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대만이 올해 5%대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로, 1% 안팎인 한국을 큰 격차로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와 안보 환경이 비슷한 대만이 우리가 저상장의 늪에 빠진 사이 성장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은 기업친화적 시장구조와 제도에 기인한다. 2021년 대가뭄 때 농업용수를 끌어다 TSMC 공장에 우선 공급했을 정도다. AI 대전환 시대 산업패권은 결국 창조적 파괴와 혁신성장이 가능한 기업 생태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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