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 정황” 20대 모집책 검거…‘한국 청년 해외 송출’의 그늘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지 두 달여 만에, 경찰이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로 지목된 대포통장 모집책을 추가로 검거했다.
표면상 단순한 대포통장 알선 사건처럼 보이지만, 취재 결과 이번 사건은 국내 청년을 ‘대포통장 인력’으로 해외에 송출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제 범죄 구조와 맞닿아 있었다.
경상북도경찰청(청장 오부명) 형사기동대는 17일, 20대 A 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구속된 대포통장 알선책 B 씨로부터 B 씨의 지인인 대학생 C씨를 소개받아, C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시키고,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인계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현지 도착 후 조직의 통제 하에 움직이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가 조직의 ‘현지 대포통장 관리 인력’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의 실마리는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신고를 접수해 한국 경찰에 통보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국내 수사팀은 C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SNS 대화 내용을 추적하던 중,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들과의 반복적인 연락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수사에 착수, 지난달 9월 C씨를 A씨에게 연결해 준 B씨를 먼저 구속했다. 이후 A씨의 도피 행적을 추적해 16일 인천시의 한 노상에서 긴급 체포했다.
수사 관계자는 “A씨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일부 진술을 회피하고 있으나, C씨의 출국 경로와 통장 개설 내역, 송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 범행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조적인 ‘인력 공급망’ 일부로 보고 있다.
A씨와 B씨는 국내에서 통장 개설자를 모집하고, 이를 “현지 지사 업무”, “외국계 기업 근무” 등으로 포장해 청년들을 해외로 보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이들이 조직에 통장과 신분증을 넘기고, 일부는 강압적으로 조직 내 ‘송금 브로커’나 ‘콜센터 직원’으로 이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대포통장 알바’가 해외 보이스피싱 거점과 연결되는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국내 청년층 대상의 보이스피싱 리크루팅이 해외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사례라고 지적한다.
최근 SNS와 텔레그램 등에서는 ‘동남아 고수익 아르바이트’, ‘외국계 콜센터 취업’ 등의 문구로 위장된 모집글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한국 내 모집책을 통해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국제 공조 수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현재 A씨를 상대로 C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경위, 금전적 이득의 흐름, 그리고 상선 격 조직과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확보된 통화·송금 기록을 토대로 추가 피의자와 해외 조직 간의 연계를 확인한 뒤, 검찰과 협의해 구속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북경찰 관계자는 “C씨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청년들을 표적으로 삼는 범죄 구조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ks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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