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되레 1만마리 늘어 4만5000마리 무분별한 방사·기후 변화로 무서운 번식 인위적 먹이 제공하는 ‘피존맘’도 문제키워
“요즘은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가기도 무서워요. 뚱뚱한 비둘기들이 과자를 들고 있는 아이 주변에 몰려들어 심하게 놀란 적이 있어요. 심지어 다가가 위협해도 날아가지도 않습니다.”
“대구 집으로 가기 위해 KTX를 기다리던 서울역 플랫폼에서 빵을 한 입 베어물자 순간 주변에 수십마리의 비둘기들이 위협하듯 모여들었습니다. 조류공포증이 있어 평소에도 비둘기를 피해다녔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평화의 상징 집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전락한 지 7년이 흘렀다. 그 사이 비둘기는 개체수가 폭발했지만 막을 수 있는 서울시의 대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특히 비둘기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일명 ‘피존맘’은 속수무책이었다.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먹이를 주다보니 갈수록 살이 쪘고 사람이 지나가도 날기보다는 걷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어 ‘닭둘기’(닭+비둘기)란 별칭까지 생겼다.
▶4만5000마리…되레 늘어=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 서식하는 집비둘기의 공식 개체 수는 2009년에 집계한 3만5000마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시내 비둘기 수는 최소 4만5000마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이후 7년간 1만 마리가 되레 증가했다는 추정이다.
집비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는 배설물로 인해 관련 민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산성물질이 포함된 배설물은 도시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건물과 문화재를 부식시켜 당시 개체수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포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행법상 포획허가증이 있으면 잡을 수 있지만, 도심에선 총이나 덫을 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제적인 비둘기 개체 감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비둘기가 급증한 원인은 1차적으로 무분별한 방사가 원인으로 꼽힌다. 비둘기가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실시된 비둘기 날리기 행사 이후로 무서운 번식력과 적응력으로 도심에 자리를 잡은 이후다.
서울의 기후 변화와 도심 환경도 비둘기 수를 늘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심의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번식 횟수가 늘어난 데다 먹이 얻기가 쉬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무서운 번식력…피존맘 먹이도 한몫=전문가들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피존맘’을 개체 증가에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희천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원장은 “피존맘이 계속 먹이를 주는 행위는 비둘기들을 먹이 걱정 없는 영양 과잉 상태로 만들어 번식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의 ‘유해 집비둘기 서식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시가 주요 비둘기 밀집 지역 21곳을 조사한 결과, 14장소 이상이 ‘인위적 먹이 제공’으로 조성된 장소였다. 인위적 먹이가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비둘기 번식이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관계 기관은 피존맘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둘기 먹이제공금지 홍보물 설치, 매점 음식물 쓰레기의 빠른 수거 등 수동적 제재 방안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는 (피존맘에)적극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규제안이 없다”며 “지난해 8월 도심에서 먹이를 주는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안을 환경부에 건의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피존맘과 동물연대 관계자는 먹이 주는 일을 제재하는 방안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주말마다 비둘기 먹이를 준다는 ‘피존맘’ 박모(61) 씨는 “비둘기들이 배가 불러야 다른 곳에서 음식물을 뒤지지 않는다”며 “먹이를 주는 게 오히려 이들을 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비둘기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피존맘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은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문규ㆍ이원율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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