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공지능(AI) 대전환은 이제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요소로 발전했다”며 “에너지 대전환도 착실하게 준비해 가야겠다”고 했다. AI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도 설명을 통해, 에너지 대전환 국면에서 국제 환경과 국내 여건을 함께 고려해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을 신중히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자력, 석탄·LNG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비중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탈원전 성향으로 분류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공급은 쉽지 않다”고 밝혔는데, 기존 감원전·재생에너지 중심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여권도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의 계속 운전을 보장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 계획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 중·장기 계획을 AI 시대 전력 현실에 맞춰 이어가겠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AI 국가총력전은 곧 전력 전쟁이다. 미국은 초거대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원전과 화석연료, 재생에너지를 총동원해 전력망을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규 원자로 10기를 건설하겠다며 허가 절차도 간소화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규 원자로 150기를 건설해 발전 비중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 마저 다시 원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 전력 현실도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약 129.3기가와트(GW)로, 이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설비용량은 예비력을 포함해 약 157.8GW이지만 실제 확정 설비는 약 147.2GW에 그친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반도체와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까지 감안하면, 전력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정부가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마땅하다. 국가 생존과 산업 경쟁력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치적 이념이나 지역적 이해관계에 흔들려선 안 된다. 에너지와 전력망은 국가 경제와 안보의 기본이다. 재생에너지 효율화에 힘쓰면서도, 안정적 공급원으로서 원전을 전략적으로 조합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