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싯, 베선트, 트럼프, 파월까지…시장 흔들 4명의 변수
파월 수사, 차기 의장 지명 등으로 5월까지 리더십 공백 우려
5월까지 공백기, 누구 발언이 영향력 미칠지가 핵심
의장직 임기 종료후 파월, 이사직 유지 여부도 관심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월 의장의 연준 독립성 수성 의지와 무관하게 ‘그림자 연준의장’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2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 처리 과정과 이에 대한 의회 증언을 문제삼아 자신에 대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보다 느린 속도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자신을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파월 의장 수사는 연준에 대통령의 의중대로 금리인하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파월 의장에게는 물러나라는 압박을 가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시장은 이미 ‘차기 권력’을 선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림자 의장’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마칠 계획이라 보도했다. 파월의 뒤를 잇는 차기 의장 지명자는 빠르면 이달 안에 발표될 전망이다. 통상적인 시나리오는 지명자가 우선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사의 후임으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한 뒤, 5월 파월 의장 임기 만료와 함께 의장직을 넘겨받는 것이다.
시장은 바로 이 5월까지의 ‘공백기’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공식 직위보다 정책 방향과 메시지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반응한다. 차기 의장 지명자가 지명 직후부터 강한 금리 인하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낼 경우, 아직 취임 전임에도 사실상 시장을 움직이는 ‘그림자의 의장’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다. 해싯 위원장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와 관련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연준이 과거 정치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사실상 대변했다. 그는 연준의 2016년 말 금리 인상과 2024년 대선을 앞둔 금리 인하를 민주당에 유리한 결정으로 지목했다.
해싯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트럼프의 복심(腹心)인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이 되면 백악관의 의중을 반영하는 ‘정치적 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림자 의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다. 그는 공화당 진영에서 연준을 가장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로, 지역 연방은행 총재 인사에 대한 이사회의 통제 강화 등 연준 지배구조 개편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해싯이 의장직에 오르더라도 월가(街) 출신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베선트 장관이 정책 방향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또 다른 ‘그림자 의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설적으로 파월 의장이 ‘그림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보통 의장 퇴임과 함께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지만, 정치권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파월이 이사직에 잔류할 명분이 오히려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파월이 이사로 남을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기존 노선을 지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이 5월 이후 의장 직함 없이 이사로 남으면서 발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그림자 의장’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마리너 에클스 전 연준의장이 1948년 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1951년까지 이사로 활동했던 전례도 있다. 연준은 대공황·뉴딜정책 시기에 통화정책을 이끌었던 그의 공헌을 기려, 연준 본부 건물에 그의 이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파월이 5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연준을 떠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이사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트럼프 지명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사회 장악은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지역 연은 총재 교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통화정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현재 FOMC 내부는 추가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의견이 크게 엇갈려 있다. 의장은 분열된 의견을 조율해 정책 방향을 대외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기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급진적인 금리 인하를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FOMC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내부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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